네패스, 과감한 투자로 고부가 사업 강화…대규모 차입은 부담

입력 2020-03-12 15:57 수정 2020-03-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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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패스가 지난해 두 번의 물적분할 이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분할 회사에 모두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규모의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대규모 차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업황 위축은 부담 요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패스는 전일 팬 아웃(FO) 패키징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네패스 라웨가 4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KDB중소중견메자닌 사모투자합자회사, IBK-BNW기술금융2018사모투자 합자회사 등이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해 테스트 부문 사업을 분할할 때도 같은 방식을 활용한 바 있다. 4월 테스트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네패스 아크를 설립한 뒤 하나금융투자와 BNW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6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작년 하반기 생산능력(CAPA)을 대폭 늘렸다.

차입금과 보유 현금을 통한 대규모 투자도 지난해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말 네패스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CAPA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1553억 원을 신규 설비 등에 투자했다. 자기자본의 110%가 넘어가는 막대한 규모로, 회사 보유 자금과 금융 차입이 섞인 형태다.

투자 소식을 밝힌 직후 미국 데카 테크놀로지(Deca Technologies)의 팬 아웃 기술 확보를 위해 필리핀 현지 공장을 390억 원에 취득했다. 데카 테크놀로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2차 벤더사다.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고부가가치 패키징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산업 현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크기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또 전력을 더 적게 소비하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주요 생산업체들을 위주로 생산기술 미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O 패키징은 칩의 입출력(IO) 증가와 저전력 특성에 가장 적합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욜(Yole) 등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19년 16억 달러에서 2025년엔 33억 달러(한화 약 3조 9768억 원)까지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실적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00억 원으로 175%가 넘게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298억 원 수준으로 31%가량 올랐다. 영업손실을 지속하던 네패스신소재(현 에스모 머티리얼즈)를 매각하면서 관련 매출액이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고수익 사업이 확대되며 손실분이 상쇄된 영향이다.

그러나 지속해서 불어나는 차입금 규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업황 위축은 부담 요인이다. 2018년 말 702억 원이었던 차입금 규모는 2019년 1570억 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말부터 대규모 시설투자가 이어진 탓에 시장에선 올해 네패스의 총 차입금 규모를 30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현금성 자산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재무상태는 양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56.7%)은 전년 대비 4.4%p 오르는 데 그쳤고, 유동비율(116.7%)은 전년 대비 30%p 가까이 올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핀 패키징 사업 정상화 과정 비용과 초기의 낮은 가동률과 감가상각비 증가를 감안하면 올해 네패스 라웨는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라며 “날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도 실적 전망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 그리고 보텀업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과감한 도전은 기대감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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