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규제 강화…진단키트주 날개 달까

입력 2020-03-11 16:26 수정 2020-03-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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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공매도 제한 카드를 꺼내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와 관련 업체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늘어났다는 호재에, 이번 공매도 제한 조치로 과매도 우려가 상당수 해소됐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간 급등세로 인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증폭된 탓에,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중 코스피지수 1900선, 코스닥 600선이 무너지는 등 폭락장이 이어졌지만 진단기기 업체들 대부분은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대장주로 불리는 씨젠은 전일보다 7.86%(4300원) 오른 5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씨젠은 전일 연이은 상한가 고공행진 이후 차익시현 매물로 인해 주가가 13% 가까이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장 마감 이후 강화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에 따른 첫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다시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다.

또 다른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 업체인 랩지노믹스(17.60%), 미코(미코바이오메드, 15.78%), 수젠텍(9.43%), EDGC(솔젠트, 7.01%) 진매트릭스(5.19%) 등도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씨젠과 함께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진단키트 원료 공급사 파미셀도 3.94% 오르며 950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진단키트 업체들의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2월부터 시작된 공매도 과열 국면에서 바이오 업체, 이 중에서도 진단키트 업체들의 공매도 거래량과 잔고 금액이 빠르게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씨젠의 경우 통상 천 단위에서 형성되던 공매도 거래량이 2월부터 빠르게 증가해 2일엔 65만 주를 넘었다. 공매도 잔고 금액도 2월 한 달 동안에만 415.5%가량 폭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2주 가까운 기간 동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면 ‘쇼트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쇼트 커버링(공매도한 물량을 되사는 것)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차입형 공매도만 가능한 우리나라 규정상 거래 주체들이 일정 기간 이후엔 주식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열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선제적으로 공매도를 청산하는 투자자가 증가할 수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바이오 섹터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로 쇼트 커버링이 나타나면서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공매도 선행지표라고 불리는 대차잔고를 살펴보면, 9일과 10일 진단키트 업체들의 대차잔고 주수는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완만해지고, 반대로 상환량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시기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조치 요구가 거세지고 정부도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때다. 공매도 투자자는 대차거래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빌려 파는 것이므로, 상환 물량이 늘어났다는 건 투자자가 규제 조치에 앞서 공매도를 청산하고 빌린 주식을 갚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랩지노믹스의 경우 3월 동안 아예 상환량이 ‘0’이거나 천 단위에 머무르다가 9일 상환량이 급격히 늘어 1만854주, 10일 2만9576주가 상환됐다. 이에 따라 대차잔고 주수는 29만 주에서 26만5500주까지 내려왔다. 수젠텍도 랩지노믹스와 유사하게 3월 들어 상환량이 적었지만, 10일 상환량이 3만3703주까지 급증하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대차잔고주수가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현재 진단키트를 개발 완료했거나 개발에 나선 기업들이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화된 과열종목 지정 기준이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훨씬 강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매도 과열종목이라는 제도가 처음 등장했던 2017년 하반기, 당시 코스닥 시장에 속해 있던 셀트리온이 공매도 과열 해소로 주가가 오르면서 수혜를 봤던 바 있다. 당시 셀트리온 주가는 공매도 과열종목 제도 도입 한 달 만에 26%가 넘게 올랐다.

다만 단기 급등세에 따른 고밸류에이션은 부담 요인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주가 상승 재료들이 주가수익비율(PER) 등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12개월 선행 PER는 47배 수준. 글로벌 동종업계 평균 PER인 31배를 훨씬 웃돈다. 랩지노믹스나 수젠텍 등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막 접어들었거나, 상장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코로나19 국면 이후 가시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에 진단시약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기업은 64개다. 이에 따른 사용 승인이 이어지면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따라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진단키트의 판매에 따라 실질적으로 이익 개선이 있는 업체가 아닌 경우,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 것인지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초기 단계의 연구개발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투자 판단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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