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장이다. 싸졌다고 신규로 진입하기는 무섭고, 이미 손실이 커진 상황에서 뒤늦게 손절매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역대급으로 예측이 어려운 장세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확진자, 사망자 등 계량화 대상 데이터가 한정적이다. 확산 속도와 피해 범위, 경제 피해액 등 현시점에서 눈에 보이는 게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VIX(Volatility Index)지수’라는 게 있다. 투자자의 공포감을 지수화한 지표다. 일명 ‘공포지수’라고 부른다. 향후 30일간의 S&P500 지수옵션 가격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나타낸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옵션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올라가면서 VIX지수가 상승하는 이치다. 미국 현지시간 6일 VIX지수는 2011년 금융위기 수준인 41.94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공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VIX에 공포와 함께 시장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원동력인 탐욕을 더해서 나온 지표는 ‘공포&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다. 현재 시장의 욕심과 두려움을 수치화한 지표다. 앞서 언급한 VIX(Volatility Index)를 포함해 △NYSE 거래량 △CBOE VIX(시카고 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 △주식시장의 가격 세기(52주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한 주식 수 비교) △정크 본드에 대한 수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수익률 비교 등 7가지 지표로 만든다.
50을 중립(Neutral)으로 보고 Greed지수가 80 이상이면 욕심이 아니라 탐욕의 영역으로 ‘주식 매도’, Fear지수가 20 이하면 침체가 아니라 공포의 영역으로 ‘주식 매도’ 시점으로 인식한다. 미국 현지시간 6일 공포와 탐욕지수는 6이다.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은 원래 탐욕과 공포를 먹고 자란다. 오르는 주식은 한없이 오를 것 같고 하락하는 주식은 끊임없이 내릴 것 같다. 비이성적 감정이 작용하는 시기에는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워런 버핏의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라”는 투자 철학의 출발선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본질적인 원동력은 바로 돈을 벌려는 인간의 욕심이다.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많이 벌려는.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어떤 사람도 이 욕심에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다. 결국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은 모두 서로 적이다. 어떻게 해서든 남보다 싼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팔아야 내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게 인지상정이다. 주식 투자에 심리적 요인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배제해야 한다.
모든 부수적인 요소가 주가에 반영됐다고 가정하면 그것을 수치적으로 분석한 결과물이 바로 기술적 지표다. 기술적 분석의 결과물들은 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툴이지만 주가의 움직임을 본질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은 물론 아니다. 심리가 주가에 반영되고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접근법이다. 캔들 패턴, 지지와 저항, 거래량, 매집과 돌파, 되돌림, 수급 주체 분석 등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어려운 용어나 기술적 분석보다 이런 간단한 부분에 집중해서 매매 구조와 원칙을 세우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만든 장세인 만큼 공포와 탐욕 가운데 어느 게 맞을지 가늠하기는 힘들다. 다만 확실한 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경험상 매매를 자제하는 게 맞다. 강원랜드 승률은 49%에 육박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돈을 잃는 이유는 바로 1%에 못 미치는 손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소소한 확률이 누적되면 엄청난 손실로 귀결된다. 불안한 장세에서 개인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그나마 적은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거래 횟수를 줄이는 게 현명한 투자다. mywish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