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Fed)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은행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한 데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늦어도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쪽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성장률(GDP)이 최소 0.3%포인트 내지 최대 1.0%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재정승수를 계산해보면 0.3도 나오지 않는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으로도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리기도 힘들다”며 한은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일각에서는 4월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먼 만큼 연준처럼 임시 금통위를 열고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가 어렵다. 추경도 편성한 만큼 한은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정례회의까지 기다리긴 어려워 임시금통위를 열 것으로 본다. 금리인하도 한 번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인하 압박은 거세겠지만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3~4월 세계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느냐가 관건이다. 경우에 따라 한은 금리인하 압력도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도 “금리인하 시 외환시장 등 시장불안 요인이 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도 금리인하 기대감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4일 긴급 간부회의를 한 후 배포한 말씀자료를 통해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 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 자금을 5조 원 증액해 선별적 수단을 쓴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보다는 선별적인 미시적 정책수단을 우선 활용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 인하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느냐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추가 하락보다는 보합권에 머물 수 있어 원·달러도 추가 하락보다는 횡보 내지 상승할 수 있다”며 “뉴욕증시에서 투자심리가 안정되는지가 주요 변수”라며 “원·달러는 당분간 1100원대 후반에서 1200원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심리와 한은 금리인하 기대감에 채권시장만 랠리를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0%대에 국고채 3년물 1%, 10년물 1.2%대 중반을 저점으로 봤었다. 다만 인하 기대감에 쏠림이 생기면 3년물은 0.8%, 10년물은 1%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날 원화 채권시장에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3년물의 경우 8.1bp(1bp=0.01%포인트) 급락한 1.029%를 보이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