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의 2.00%에서 1.50%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홍콩은 홍콩달러 가치가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달러페그제를 채택하고 있어 금리도 연준의 움직임에 발맞춰 조정한다. 연준이 전날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해 금리를 전격적으로 0.50%포인트 인하하면서 HKMA도 자동으로 이날 금리를 낮췄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HKMA의 금리 인하를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홍콩 경제는 지난해의 장기간 시위사태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충격까지 받고 있어 은행들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 1200억 홍콩달러(약 19조 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소비 촉진을 위해 18세 이상 홍콩 주민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를 주는 파격적인 방안도 포함됐다. 약 700만 주민이 혜택을 볼 이 방안은 사실상 기본소득제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폴 챈 홍콩 재무장관은 “홍콩은 지난해 3분기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며 “올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지표는 부진해 올해 1분기 홍콩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IHS마킷이 이날 발표한 2월 홍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3.1로, 1월의 46.8에서 급락하고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이전 기록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홍콩 경제를 강타했던 2003년의 38.1이었다.
중국에서만 8만 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3000명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다. 홍콩에서도 약 100명이 전염돼 지금까지 2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발발로 홍콩 소매와 관광이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버나드 아우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경제는 정치적 시위와 미중 무역 긴장으로 일찍이 압박을 받아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기록적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수 개월 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인들의 자신감이 곤두박질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