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명의의 유심을 사용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하는 단말장치 부정이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상습사기,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중고 물품 판매 사이트에서 콘서트 입장권을 허위로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수사기관 등의 추적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로 개설된 유심(USIM)칩을 구매한 뒤 자신의 휴대폰에 부착해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이번 재판에서는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유심’을 사용한 것이 전기통신사업법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 하는데, 유심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된 이동통신단말장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를 ‘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간통신역무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단말장치’로 정의한다.
2심은 “단말장치의 의미는 ‘중앙에 있는 컴퓨터와 통신망으로 연결돼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처리결과를 출력하는 장치’”라며 “유심은 그 자체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처리결과를 출력하는 기능이 없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하는 단말장치 부정이용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심은 무선통신 회선 가입자들의 신원, 전화번호, 요금제 등의 식별정보를 담고 있는 저장장치로서 개념상 단말장치와는 구별된다”고 봤다.
하지만 “유심을 사용하는 현재 보편적인 이동통신 시스템 아래에서는 유심의 개통 없이 단말장치만 개통할 수 없고, 반대로도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할 수도 없으므로, 적용 법조에서 말하는 단말장치의 개통은 유심의 개통을 당연히 포함하거나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타인이 유심과 단말장치를 함께 개통한 후 유심이 장착된 단말장치나 유심만을 넘겨받아 사용하는 행위 또는 타인이 유심만을 개통한 후 넘겨받아 사용하는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