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청년 정치 왜 중요한가?

입력 2020-03-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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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

▲이정미 국회의원. (사진제공=이정미 의원실)
▲이정미 국회의원. (사진제공=이정미 의원실)
정의당 대표 시절에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기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그 수강생들과 함께 독일도 다녀왔다. 모범적이라는 독일의 정당 문화를 배우고, 청년 정치인을 만나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곳에서 좌우 주류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와 사회민주당(SPD)은 물론 좌파당(Die Linke)이나 녹색당(BUNDNIS 90/DIE GRUENEN) 같은 소수정당 청년 정치인을 두루 만났다.

놀랍게도 그들은 대부분 14~15세에 정치활동을 시작해 20대 중반에 당내 청년조직 대표나 청년당 당수를 하고 있었다. 독일 녹색당과 좌파당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당내에 별도의 청년당 조직을 두고 당수도 따로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독일 총리를 지낸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20대 때 독일 사회민주당 청년조직의 연방대표를 맡은 바 있다. 1985년생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정부 수반인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의 경우 22세에 정치 활동을 시작했는데 유럽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늦은 편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각 정당은 공익에 기여하는 젊은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해 국회는 청년기본법을 통과시키며 통계나 정책마다 제각각이었던 청년의 연령 기준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확정했다. 그런데 이 기준으로 하면 우리 국회의원 300명 중 청년은 무소속 김수민 의원 1명뿐이다.

청년 인구는 988만 명에 육박하며 이들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의 대표는 1명뿐이다. 우리 국회를 대표하는 얼굴은 따로 있다.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5.5세이며, 300명 의원 중 48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하지만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은 전체 인구의 0.035%에 불과하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국회의원 중 17%만이 여성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헌법에 따라 국민을 대표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아주 일부만을 대표한다.

정치는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전문적 지식과 능력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각기 다른 사회집단을 대표해 공익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제한된 사회자원을 민주주의 정치 과정을 통해 분배해야 하므로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정치 밖의 직업 세계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이러한 정치적 자질과 역량이 저절로 숙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나라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당 조직을 통해 정치인을 훈련시킨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으로 데뷔하는 이들은 대개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나서, ‘나도 정치 한번 해볼까’ 하는 식으로 도전하게 된다. ‘50대, 남성, 변호사’가 대한민국 국회의 최대 다수파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제한된 집단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 정치는 사회 변화를 이끌기는커녕 사회 변화에 가장 둔감한 곳이 되었다. 2년 전 우리 사회 성폭력의 치부를 드러낸 미투는 어떠한 제도적 변화를 가져왔는가? 당장 모든 것을 바꿀 것처럼 말했지만, 국회는 단 한 건의 미투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너나 없이 4차 산업혁명을 패션 아이템처럼 말하고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비롯해 산업구조 변화가 경제적 약자들에게 가져올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정의당은 최근 비례대표 당내 경선에서 당선권에 34세 이하 청년 5인을 배치하는 모험을 했다. 없는 살림에 무리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진보정치 아니 우리 정치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다.

청년 정치는 정의당이 최고라는 말씀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의 위기, 경제적 불평등, 기후위기 같은 문제들은 지금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다음 세대는 더 큰 짐을 떠안게 된다. 청년들과 함께 21대 국회의 얼굴을 바꾸는 일에 모든 정치세력이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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