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생리검사(거짓말 탐지기)를 받은 피의자에게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 등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사 기법이 공개되면 조사 대상자가 이를 방해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A 씨가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 관련 자료의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 14일 항소한 상태다.
A 씨는 2016년 서울북부지검에서 강제추행과 무고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결국 A 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판결 이후인 2019년 A 씨는 서울북부지검에 △심리생리검사실에서 실시한 녹화영상 중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관한 본 질문 및 대답과 관련된 영상 △당시 실시한 전체 질문지 △전체 판정표 △대검찰청에서 실시한 검증 결과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는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한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청구 대상 정보는 모두 질문 구성 방법이나 기법, 심리생리검사의 구체적인 자료 해석 기법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검사나 평가 방법이 그대로 노출돼 피검사자들이 질문 구성의 방법이나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생리적 변화를 통제하는 등 검사를 방해ㆍ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 행동을 하게 될 우려가 있어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씨가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는 심리생리검사의 핵심 요소로서 수사 기법의 노출을 막기 위해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정보가 공개되면) 심리생리검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