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손해를 본 주주들이 140억 원대의 배상을 받게 됐다. 2015년 소송이 제기된 지 5년 만에 이뤄진 판결로 투자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 중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상훈 부장판사)는 20일 주주 290여 명이 대우조선과 고재호 전 사장,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우조선과 고 전 사장이 100억 원을, 안진회계법인은 이들과 공동해 43억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우조선은 선박과 해양플랜트 관련 사업에서 매출액을 과다 계상하고 매출원가를 낮추는 수법으로 2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안진회계법인은 2014년 이런 방법으로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감사를 실시해 ‘적정의견’을 냈다.
그러다 대우조선이 2조 원대의 누적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숨겨왔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졌다. 또 금융감독원이 감리에 착수하자 안진회계법인은 ‘실행예산에 대한 추정 오류’ 등을 이유로 2조422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반영하라고 대우조선에 요구했다.
당시 1만2500원이던 대우조선의 주가는 8750원으로 떨어졌고, 한국거래소가 2016년 주권매매 거래를 정지하자 주가는 4480원으로 폭락했다.
주주들은 2015년 허위로 작성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대우조선의 주식을 취득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주식 거래에서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는 주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고,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등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라고 전제했다.
이어 “일반투자자인 원고들은 보고서들이 정당하게 작성돼 공표된 것으로 믿는 등 신뢰를 가지고 주식을 취득했다고 봐야 한다”며 “대우조선의 분식회계가 있었던 이상, 이는 사업보고서의 중요한 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을 대우조선과 고 전 사장은 70%, 안진회계법인은 30%로 각각 제한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외에도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 경기의 전반적인 불황 등으로 인해 상당히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이를 책임 제한 요소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외부감사인으로 장기간 대우조선의 감사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분식회계를 확인하지 못해 형사처벌까지 받았다”며 “그러나 이들이 적극적으로 공모해 분식회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고 대우조선의 부당한 요구나 허위 답변, 자료 제출 거부 등 비협조적인 행위도 부실감사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