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역학적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추가 확진환자의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해당 감염원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선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 중이다.
1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흉부 불편감으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던 82세 남성(29번 환자)이 이날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9번 환자는 심근경색 진료를 받던 중 영상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확인돼, 의료진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컴퓨터단층촬영(TC)상 바이러스성 폐렴의 의심돼 바로 음압격리실로 이동했다”며 “그곳에서 검체 채취 및 검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서울대학교병원에 격리입원 중이며, 발열과 폐렴 소견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29번 환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기존 확진환자의 접촉자도 아니었다. 따라서 언제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도 불분명하다.
최악의 상황은 29번 환자의 감염원이 방역망 밖에 있는 ‘숨은 감염자’인 경우다. 불특정 다수에게 추가로 코로나19를 전파할 우려가 크고, 그 접촉자도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더라도 해외 방문력, 환진환자 접촉력 등 역학적 관련성이 없다면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음을 확인하기 어렵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선 이런 지역사회 전파로 각각 52명, 72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우리 방역당국도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정 본부장은 “호흡기학회, 감염학회와 폐렴 전수조사의 세부범위, 시행방법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들이 정리되면 이른 시일 내에 (전수조사를)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29번 환자의 동선이 기존 확진환자의 동선과 겹친다면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작아진다. 거주지 기준으로 29번 환자(서울 종로구)와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있는 확진환자는 6번(55·남) 환자와 21번 환자(59·여)다. 두 환자는 증상이 발생한 후 종로구 명륜교회와 인근 음식점 등을 다녀갔다. 현재 중대본은 29번 환자의 동선과 노출자를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