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국내 상장사의 재고자산 회전율이 1년 새 0.7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운수장비와 제약은 실적과 재고관리 모두 개선세를 보였지만 반도체 관련 부문은 업황 부진과 함께 재고자산이 증가했다.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고된 만큼 향후 개선세에 이목이 쏠린다.
17일 이투데이와 에프앤가이드가 코스피 시총 상위 200곳(작년 12월 30일 기준, 금융ㆍ지주사ㆍ미디어업종 등 제외)의 2018ㆍ2019년 3분기 보고서(연결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1104조1264억 원이며 재고자산은 182조6140억 원으로 재고자산회전율은 6회로 집계됐다.
재고자산회전율은 1년 새 6.7회에서 6회로 0.7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 3분기까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에 그친 반면, 재고자산은 10.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7% 감소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재고로 잡혀 있는 자산의 판매 효율을 의미한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높은 경우, 창고에 쌓이는 기간이 짧고 낮은 경우, 수요 부진 등 이유로 재고가 쌓여있는 상태로 해석된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시장에선 공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통상 4.5~5회 수준을 권고한다.
총 34개 업종 가운데 7개(20%)는 재고자산회전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장비(한화에어로스페이스ㆍ한국항공우주 등)는 2.1회에서 2.5회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안정적으로 재고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매출이 급증하면서 회전율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자체 항공기 엔진 부문과 한화디펜스 부문에서 양호한 영업 실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조선 역시 4.3회에서 4.5회로 0.2회 상승했다. 두 업종 모두 수주를 중심으로 공급하는 구조로 재고관리에도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도 실적과 재고 관리 모두 개선세를 보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8%, 3.4% 증가했으며 재고자산은 0.9% 소폭 감소했다. 회전율은 3.7회에서 4회로 0.3회 상승했다. 이 밖에도 종이ㆍ목재(5.6회→5.9회), 석유 및 가스(5.9회→6.1회) 등 개선세를 보였다.
반면, 34개 업종의 27개(80%)는 재고자산회전율이 악화했다. 특히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종에서 재고자산회전율이 8.3회에서 3.8회로 가장 크게 줄었다.
업종 내 매출 비중이 큰 SK하이닉스의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2% 감소한 반면, 재고자산은 48.5%나 늘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12.9회에서 5.4회로 무려 7.5회나 줄었다.
작년 반도체 업황이 시장 관측보다 빠르게 악화하자 회사는 낸드플래시 감산을 결정해 재고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된 가운데 향후 매출과 재고 추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RAM 재고는 2020년 1분기, NAND 재고는 2019년 4분기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전자 장비 및 기기(5.6회→4.7회), 건축 소재(7.6회→6.8회), 백화점(5.3회→4.9회), 섬유 및 의복(3.4회→3.3회) 등 순으로 감소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