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5일(현지시간) 탄핵재판 표결에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등 두 탄핵 조항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려 4개월간 미국 정계를 뒤흔든 탄핵 정국이 끝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상원은 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52대 48로, 의회 방해는 53대 47로 각각 무죄 평결을 내렸다. 상원에서 대통령이 탄핵되려면 최소 3분의 2 이상의 찬성(최소 67표)이 필요하다. 여기에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황이어서 이미 이날 표결 전부터 탄핵 기각이 예상됐다.
현재 상원 여야 의석 분포는 53대 47(무소속 포함)로, 표결에서도 그대로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밋 롬니가 공화당 의원 중 유일하게 탄핵 찬성에 표를 던졌다. 롬니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상원의원 중에서 자신의 당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WSJ는 전했다. 앤드루 존슨과 빌 클린턴 탄핵재판 당시 여당인 민주당 상원의원 가운데 반란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상원 투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백한 승리를 가져다 줬다고 WSJ는 강조했다. 트럼프는 탄핵 부담을 떨쳐내고 공화당 내에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트럼프는 미국 대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경쟁 상대인 민주당 대선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비리 의혹을 조사하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박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휘말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었던 트럼프가 지난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공표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탄핵재판의 빌미가 됐다. 트럼프는 당시 통화에 대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자신을 변호했다. 여야 의원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아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야당인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하원은 지난해 9월 24일 탄핵 조사를 공식적으로 개시했으며 같은 해 12월 18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3번째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후 탄핵안이 상원으로 넘어가 배심원 역할을 맡은 의원들이 1월 중순부터 각각의 조항이 대통령 파면 가치가 있는지 검토해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보좌관의 회고록 일부 내용이 최근 탄핵 정국을 뒤흔들 뇌관으로 부상했다. 그의 저서에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와 조 바이든 조사를 연계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이에 민주당이 볼턴 증인 채택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31일 증인채택안이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