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엇박자에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전세기로 입국하는 우한 체류자 격리시설 대상지가 하루 만에 바뀌면서 지역 갈등이 증폭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의심환자’ 공개에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27일 이후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추가 확진환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단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확진환자를 포함해 187명으로 늘었다. 155명은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 해제됐으며, 28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확진환자 접촉자도 전날 369명에서 387명으로 18명 증가했다. 우한 체류자 700여 명이 전용기로 귀국하면 확진환자 및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27일 이후 추가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대응방식을 놓고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30~31일 전세기로 귀국하는 국민을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격리 수용하려 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계획을 틀었다. 이들 지역에선 현재도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충청 홀대론’으로 불붙은 논란은 ‘송환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 격리 수용지로 정해진 아산에선 주민들이 차량과 농업용 트랙터로 경찰 인재개발원 입구를 봉쇄하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아산으로 오는 우한 교민 전세기를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5000명 이상 참여했다. 충청권이 공무원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고 오송 질병관리본부와 가깝다는 이점과 별개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격리 수용지를 정하고 이마저 하루 만에 뒤바꾼 배경을 놓고는 납득을 못 하는 분위기다.
감염병 발생동향 공개를 놓고는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 간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감염병 발생동향 파악·공개는 질본이 총괄한다. 우한시를 비롯한 후베이성 방문자 중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자와 후베이성 외 중국 방문자 중 폐렴 진단자를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격리하고 있다. 또 후베이성 외 중국 방문자 중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자와 조사대상 유증상자 밀접접촉자를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해 자가격리 또는 능동감시를 실시한다.
그런데 각 지자체도 개별적으로 의심환자 현황과 확진환자 동선 등을 브리핑한다. 대다수의 조사대상 유증상자가 인플루엔자 또는 감기로 확인됨에도 각 지자체에서 사례정의와 무관하게 ‘의심환자’란 이름을 단 사례들이 속보성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는 특정 병원 폐쇄설, 추가 확진환자 발생설 등 가짜뉴스로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강원도 원주에선 생후 15개월 의심환자가 28일 음성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을 출처로 ‘양성 판정설’이 나돌았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가 과도하게 유통되면 사람들은 두려움에 집 밖에도 안 나가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태가 봄까지 이어지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보건의학적으로는 지나치게 경각심을 갖는 게 전파 방지에 유리하다”며 “경제사회적이나 보건의학적 측면을 모두 따져와 적정한 대응수준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론 그게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