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20년간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현재는 조인트 벤처(JV) 등 제휴를 맺고 있어 당연히 한진가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재차 '전략적 투자'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 자칫 반대세력으로 재그룹핑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델타항공은 14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하면서 "지난해 다양한 전략적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 중 하나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대한 지분 투자"라면서 "이는 잉여현금흐름 창출과도 관련된 투자"라고 언급했다.
델타항공이 지난해 6월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대외 발표한 내용을 재차 공식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델타항공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10%)이 그동안 끊임없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압박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와 손잡으며 총수 일가를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외이사 추천 시도와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촉구하며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온 KCGI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우호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회사의 지분을 합하면 27.29%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6.52%) 등 총수 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28.94%)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여기에 5대주주인 국민연금(4.11%)까지 반대세력에 가세할 경우 30%를 훨씬 웃돌게 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직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조 회장의 재선임 실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한진칼 8.28%까지 올리며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반도건설의 움직임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과의 친분과 함께 향후 추가될 수 있는 한진그룹 일감 수주를 고려하면 조원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다만, 이는 3월까지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갈등을 봉합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명희 고문(5.31%)을 비롯해 조현아 전 부사장(6.49%)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지분율을 합치면 18.27%에 달한다.
총수 일가의 갈등이 일단락되고 힘을 합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며 최소 3년 동안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안정화 수순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이 그룹 총수직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가족에게 일부 계열사 경영권을 넘기거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등을 약속할 수 있다. 아울러 3대주주인 델타항공과의 협력 강화, 4대주주 반도건설에 일감 제공 등도 병행될 수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가능성들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면서 "얽혀 있는 주주의 이해관계로 지분 확보 경쟁이 지속되며 3월 주주총회까지 불안정적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