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잘 키운 자회사’를 기업공개(IPO) 시장에 내놓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자회사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도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의 지분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 심사승인을 받은 기업 중 상장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회사는 SK바이오팜(SK), 미투젠(미투온), 레몬(톱텍), 엔피디(S&K폴리텍), 플레이디(나스미디어) 등 총 5개다.
이들은 모두 모회사가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구조다. SK바이오팜은 지주사인 SK가 발행주식 총수인 6500만 주(100%)를 보유하고 있고, 엔피디(100%), 플레이디(66.7%), 레몬(62.8%), 미투젠(50.1%) 순으로 모회사 지분율이 높다. 구주매출이 이뤄지면 모회사에 현금이 유입되고, 신주 공모로만 승부를 보더라도 지분 가치 상승에 따라 기업 규모를 불릴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꽃놀이패’인 셈이다.
상장 시 기업가치 최소 5조 원이 거론되고 있는 ‘대어’ SK바이오팜의 경우, SK 지분가치가 지속해서 부각되고 있다. 구주매출과 신주 공모를 어느 정도 비율로 결정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코스피시장 상장 주식 분산요건은 공모주식 수 25% 이상 혹은 소액 주주가 보통주식 총수의 25% 이상 소유를 조건으로 하므로 최소 1625만 주를 제외하면 구주매출 가능성이 열려있다.
톱텍과 S&K폴리텍은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업종 열풍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기업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적기에 맞춰 상장을 진행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톱텍 자회사 레몬은 스마트폰 차폐 EMI 부품, 나노멤브레인 소재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통해 증시에 입성 예정이다. 레몬이 발행한 주식 총수는 3040만 주, 새로 발행할 신주는 410만 주다. 시장에선 상장 시 톱텍이 소유한 지분은 최소 11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부가가 103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000억 원 이상 지분가치 차익이 예상되는 셈이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제조업체 엔피디의 경우 탄탄한 실적으로 밸류에이션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로컬업체 등까지 고객선 다각화에도 성공한 상태다. 2018년 매출 2594억 원, 영업이익 159억 원을 기록하며 2017년보다 매출과 영업익 부분에서 50%가량 성장했다. 일각에선 상장 이후 엔피디의 시가총액이 모회사인 S&K폴리텍(1007억 원)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주가는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톱텍은 레몬이 거래소로부터 예심 승인을 받은 지난해 12월 26일과 다음 날 연이어 오르며 주가가 1만 원대로 뛰었다. 현재도 1만1000원대 주가를 유지 중이다. S&K폴리텍 역시 엔피디가 예심을 통과한 9일 12% 넘게 뛰며 9000원대로 올라섰다.
SK의 경우 SK바이오팜의 상장설이 등장한 지난해 10월 말부터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 FDA 승인,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비롯한 호재로 27만 원대를 찍었지만, 해를 넘겨 상승 모멘텀이 소멸하면서 24만 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다만 SK가 IPO 등을 통한 투자 활동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특별배당 형태로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만큼, 상장 이후 주가 추이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30일 SK바이오팜이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향후 주가는 SK바이오팜의 공모가와 특별배당 규모 및 시기 등에 좌우될 전망”이라며 “특별배당을 포함한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4~5%를 웃돌 경우 추가적인 주가 상승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