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내리는데, 커피값은 왜 올렸지?

입력 2020-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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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1-0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 수년간 하락세… 엔제리너스 음료 인상 ‘눈총’

연말연시를 맞아 햄버거와 커피 등 먹거리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커피전문점 커피도 가격이 인상됐다. 특히 커피의 경우 원재료(원두) 가격 변화가 크지 않음에도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인상이 잦아 ‘깜깜이 인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제리너스는 3일 전체 판매 운영 제품 중 엔제린스노우와 싱글오리진 커피를 포함한 일부 29종(엔제린스노우 8종, 커피류 8종, 티·음료 13종)에 대해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이를 통해 ‘아메리치노’는 5100원에서 5200원으로, ‘싱글오리진 아메리카노’는 50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랐다.

회사 측은 “원부자재와 인건비, 임차료 등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앞으로 개선된 서비스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제리너스는 약 1년 전인 2018년 말에도 같은 이유로 커피 등의 가격을 평균 2.7% 인상한 바 있다.

엔제리너스뿐 아니라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꾸준히 가격을 인상해왔다. SPC그룹의 커피프랜차이즈 파스쿠찌는 지난해 초 커피 메뉴 9종의 가격을 평균 7.1% 인상했다. 아메리카노는 레귤러 사이즈 기준 4000원에서 4300원으로, 카페라떼는 4500원에서 4800원으로 각각 올랐다.

타사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은 이디야커피도 2018년 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디야 아메리카노 가격은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약 400원 올랐다. 업계 1위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2014년 이후 가격을 동결하고 있으나, 스타벅스커피의 경우 수년 전부터 이미 톨 사이즈 기준 아메리카노 가격을 4100원으로 책정해 ‘고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커피 가격 인상과 대조적으로 전 세계 커피 원두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원두 생산량 변화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물 거래(장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거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1~2012년 파운드(0.45㎏)당 3달러에 육박했던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파운드당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며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생산 기술 발전과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 하락 등을 원두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원재료 가격과 무관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 결정에 소비자들의 불만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하루 평균 한 잔의 커피를 사 먹는다는 주부 임한늬(31) 씨는 “원두 수입 가격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최저시급 대비 커피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대형 커피프랜차이즈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홍주표(30) 씨는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이 아닌데 대형 프랜차이즈의 커피 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대형 커피프랜차이즈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꾸준한데, 이는 ‘가성비’보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를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 그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에도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직장인 박교은(31) 씨는 “커피 매장을 찾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사 먹는 행위만을 위해서는 아니다”라며 “카페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지불하는 돈으로 그 공간의 분위기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동덕여대 교수)는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며 “커피 프랜차이즈도 이런 점에 착안해 로스팅에 신경을 쓰고,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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