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달은 30년 정치 인생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통과된 30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동료 의원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에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그 모욕감과 자괴감,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밝혔다.
문희상 의장은 “특히 가족과 지역구민까지 겨냥한 칼보다 날카로운 말들에 하루에도 열두번씩 저는 죽고 또 죽었다”며 “속이 숯검정이 마냥 시커멓게 타서 알맹이는 없어지고 껍데기만 돌아다니는 공허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 처리를 반대하면서 ‘문 의장이 아들 세습 공천을 위해 날치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에 대한 고통을 털어놓은 것이다.
문 의장은 “그럼에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남은 5개월의 임기 동안 속수무책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드디어 오늘, 이제야 비로소 겨우겨우 두 가지 개혁 입법의 첫발을 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이뤄진 선거제 개혁은 선거제도의 틀을 바꾸고 결정적인 질적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공수처법이 통과되며 검찰개혁도 본궤도에 올랐다. 특정 권력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20대 국회가 의회주의 100년의 역사 앞에서 과연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특히 하반기 국회는 극심한 혼란과 정쟁으로 점철됐으며 최악의 국회라는 오점만 남겼다”며 “다당제 국회에서는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어느 한 정당이 발목을 잡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현실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남은 기간 정치개혁 중 국회개혁에 집중해 반드시 제도화하려 한다”며 “집회되지 않는 달에는 (국회의원) 수당을 감액하고 무단결석에는 제재를 가하는 법안이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앞으로 매월 임시회 집회를 의무화하는 개혁안도 발의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실행 과정에서 여러 오류를 보인 국회선진화법 개선 필요성은 여야 모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며 “그 외에도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제도 개선, 인사청문회와 윤리특별위원회 제도 개선 등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위한 국회 개혁 법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