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거래일 원·달러 환율은 1160원을 밑돌며 6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도 1060원 아래로 떨어지며 한달20여일만에 가장 낮았다.
미중 1차 무역합의에 대한 서명식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연이은 선박수주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이날 대우조선해양이 총 8918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6척을, 현대삼호중공업이 2143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척과 1094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을 각각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역외세력을 포함해 네고물량과 달러매도세가 많았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위험선호 분위기 속에 1조원이 넘는 선박 수주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최근 연말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과는 달리 비교적 큰 폭의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다. 연초에도 위험선호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북한 리스크와 결제수요는 주목할 변수로 꼽았다. 새해 1월 원·달러 환율은 1140원 내지 1145원을 저점으로 117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중에는 1155.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11월8일 장중 기록한 1154.0원 이후 한달20일만에 최저치다. 1160.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60.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4.9원이었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1.07원(0.10%) 하락한 1059.61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 8일 1059.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말 종가 1008.82원과 비교해서는 50.79원(5.03%) 상승한 것이다.
역외환율은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59.0/1159.5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0.65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올해 마지막 환시에서 원·달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네고와 달러매도세가 나온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1조원 이상 수주물량이 공시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내일과 연초 1일 장이 열리지 않는 다는 점에서 역외에서도 커버성 네고물량이 많았다. 거래량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연말을 앞둔 최근 1주일 정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연초 미중 무역합의 관련 서명식이 기대되면서 낙관론은 지속되겠다. 다만 환율 레벨이 많이 낮아져 있어 연초 결제수요나 달러매수세도 있을 법하다. 북한 관련 뉴스도 귀를 기울여야하겠다”며 “1월중 원·달러는 1145원과 117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1160원 아래에서 끝났다는데 의미가 있다. 최근 미국 증시나 글로벌 자산시장 움직임을 봤을 때 충분히 116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었는데 그간 통화시장 변동폭이 제한됐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초 변동성이 커질 수 있겠다. 미국쪽 증시나 채권, 금 등 자산시장 움직임이 리스크선호 분위기인데다, 미중 관계와 내년 후반 미 대선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현수준 보단 괜찮은 경제관련 소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연초 환율은 하락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1월중 원·달러는 1140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
오후 3시55분 현재 달러·엔은 0.29엔(0.27%) 떨어진 109.14엔을, 유로·달러는 0.0020달러(0.18%) 오른 1.1194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97위안(0.13%) 하락한 6.981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