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22거래일만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했다. 하지만 9일 증시 전문가들은 상승 가능성보다는 오는 15일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를 앞두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코스피가 다소 조정받을 수 있다며 대형주 위주의 저점매수 전략을 추천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짧은 기간동안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도를 경험한 국내 증시 외국인은 최근 21거래일동안 약 5조원에 달하는 공격적인 순매도세를 보였습니다. 외국인 순매도가 심했던 배경은 MSCI 리밸런싱 관련 수급적인 요인도 있지만,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저하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수출 부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가운데, 무역분쟁 노이즈도 심화됐다. 이는 기업 이익전망 개선 지연 불안감, 밸류에이션 부담을 재차 확대시켰고,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 증시 투자 매력을 감소시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최근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시장 참여자들은 혼선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의 정치적인 수사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수위를 높인 이유는 △미국에게 유리하게 중국과 협상을 체결하기 위한 목적 △중국과 무역합의가 잘 진행되지 않을 시 다른 나라들과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자신은 “미국 국민들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보험적 성격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미국 증시는 무역분쟁과는 무관하게 강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고치를 계속해서 경신 중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S&P500과 ISM 제조업 지수는 전년동월대비 증가율(YoY)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방향성이 일치해왔습니다. 하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는 이들간 Divergence 현상이 발생했으며, 이는 조만간 이 둘의 방향성이 수렴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미국 경기의 둔화 혹은 침체를 막기 위해, 증시 조정을 막기 위해 무역분쟁을 제대로 봉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무역분쟁 봉합은 미국 기업과 국민들, 시장 참여자들도 가장 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상의 요인들을 고려하면 12월 15일 추가관세 부과가 실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합니다. 이는 달러화 강세 부담 등으로 최근 선진국에 비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신흥국 증시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할 전망입니다. 국내 증시는 여전히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출 불안감이 잔존해있는 상태이지만, MSCI EM 지수 리밸런싱 이슈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MSCI는 11월 말 중국 A주 편입 확대 종료 이후, 중국이 △시장 접근성 △짧은 결제주기 개선 △본토증시와 연계된 시장 간 휴장일 불일치 등 문제를 해결해야만 추가 편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아람코의 MSCI EM 지수 반영 이슈나, 연말 개인들의 대주주 양도세 회피용 매도 이벤트도 제한적일 전망이므로, 현시점에서는 과도한 불안감을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향후 추가적으로 조정 시 대형주 위주(MSCI 한국, 신흥국 ETF 수급 유입 재개 가능성 고려)로 매수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합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11월 미국 고용 지표가 양호했다. 실업률은 3.53%로 전월 대비 0.03%p 하락했다. 고용률은 61.0%다. 비농가 고용자 수도 전월 대비 26.6만명 증가해 올해 1월 31만2000명 이후 최고치다. 비관리직 임금 상승률은 3.7%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0월 대비 0.1%p 하락했으나 좋은 숫자다. 핵심노동인구(25~54세) 고용률도 80.3%로 2001년 7월 이후 최고치다. 2011년 이후 11월 실업률 및 비농가 고용 지표 등 고용 지표와 12월 미국 증시 수익률 간 상관계수는 0.9를 넘는다. 11월 고용 지표 호조는 크리스마스 랠리 기대를 높였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이 문제다. 12월을 기점으로 수급 개선을 기대한다. 과거 대규모 매도 이후 패턴이나 OECD 경기 선행지수, 한국 수출 증가율 등 흐름이 외국인 수급 개선을 시사하고 있다. 마지막 넘어야 할 산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 1단계 합의 여부다. 15일이 실질 마감 시한이므로 금주가 고비다.
미국 경제 유일한 문제는 제조업 지표 부진이다. 현재 미국 소비 심리 지표와 제조업 지표 간 괴리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과거 해당 괴리도가 급락할 때 미국 증시 쇼크가 뒷따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중국과 협상 타결은 제조업 부활을 위한 필수 선택지고 재선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중국도 여유가 사라졌다. 물가 때문이다. 물가가 계속 불안할 경우 재정, 통화 정책 여력이 사라진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수산물 수입 확대와 위안화 강세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이 요구한 협상 조건이다. 시진핑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다. 15일 이전 둘 간 1단계 합의를 기대한다. 외국인 매수 전환을 뜻한다.
미중 간 합의만 이뤄지면 외국인 순매수 전환 조건은 완성이다. 앞선 사례만 따른다면 9~10조원 내외 순매수세가 코스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에 1.0~1.5% 민감도로 반응해왔다. 10~15%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15일을 앞둔 금주 미중 간 협상 타결 여부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내년 코스피 밴드가 정해질 예정이라는 말이다. +15%를 기대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최근 트럼프의 대중 발언이 이전보다 강경해진 가운데 그 수위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중 무역합의 시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던 트럼프는 4일 1단계 무역합의 타결이 근접했다는 발언을 전했다. 5일에는 15일 대중국 추가관세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한편,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을 빌미로 미국ㆍEU 무역분쟁을 자극하는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좀 더 가시화(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인덱스 마이너스 반전)되며 미중 무역합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하원에서 탄핵안을 작성하는 등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미국 내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함에 따라 △대외적인 이슈에 노이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지지율(44% 전후)은 트럼프의 매파적인 성향을 자극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무역합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이루더라도 현재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단기 벼랑끝 전술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1단계 무역합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현행 고율 관세를 낮춰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15일 대중국 관세부과(1560억 달러, 15%)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증시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코스피 2000선 이탈 가능). 다만 추가 관세부과 이후 가중될 경기불확실성, 미중 간의 무역협상 의지 등을 감안할 때 2020년 미중 무역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코스피 단기 충격은 전략적 측면에서 비중확대 기회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