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노사 문제로 인한 기업들의 해외이전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설비투자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제조업의 해외직접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손 회장은 기업들의 탈(脫)한국 원인으로 경직된 노사관계를 꼽았다.
손 회장은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영발전자문위원회’ 인사말에서 “이제 유연화된 노동제도로의 전면적인 개혁과 선진형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쟁국에 비해 노동시장과 생산방식의 유연성은 매우 낮은 가운데 힘의 우위를 가진 노조의 단기적 이익 쟁취를 위한 물리적 투쟁 활동이 일상화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고임금ㆍ저생산성 구조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손 회장은 “최근에는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노조의 파업과 불법행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인력증원, 정년연장, 자동화 반대 등을 요구하는 노조에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저해하고 있는 ‘대체근로 전면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등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밖에도 손 회장은 “우리나라 노동법과 제도가 획일적이고 고정된 규율로부터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에 기반한 틀로 전면 전환돼야 한다”면서 “당면 현안인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입법이 매우 시급하고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유연근로제도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더 이상 기업이 노사 문제 때문에 해외로 떠나고 외국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는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생산공장 자체도 유연한 노동시장과 안정적 노사관계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299억6000만 달러로 전년(229억8000만 달러) 대비 30.4% 증가했다. 반면 외국의 한국직접투자는 전년 102억2000만 달러에서 56억1000만 달러로 4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위원회에서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노동 문제 해결 없이 대한민국 미래 없다’라는 주제로 한국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김 교수는 “국제적으로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노동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로 ‘노사 불신’,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생산성ㆍ고인건비’를 들 수 있다”며 “저생산성ㆍ고인건비 문제는 호봉제 등 임금ㆍ고용의 경직성과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에서의 저생산성에 주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