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와 정부가 탄력근로제 등 노동 현안을 놓고 입장 차이만 다시 확인했다. 경영계는 정부에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요구했고, 정부는 노동존중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며 탄력근로제 등 입법을 위해 경영계가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메시지가 기업들에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좀 더 가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정부가 최근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중소기업 계도기간 부여 같은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의 기대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입법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물론 선택적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 같은 보완조치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또 손 회장은 “기업 경영을 제약하는 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기업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하위법령 개정과 국민연금에 의한 경영권 행사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손 회장은 혁신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경제 전문가들도 연구개발(R&D) 지원의 필요성을 강도 높게 강조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신기술과 신산업이 자라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과 더불어 R&D 등 혁신성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손 회장은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세액공제제도 확대 조치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면서 “법인세율 인하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오히려 최근에 인상한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경총 회장단에 “탄력근로제 등 입법을 위해 경총이 좀 더 노력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김 실장은 “내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산하는데, 원만한 정착을 위해서는 탄력근로제 등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조속한 타결을 위해 좀 더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매우 엄중하다고 진단하면서도 ‘공정과 포용’, ‘노동존중 사회’ 등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는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과 함께 공정과 포용도 포기할 수 없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라며 “공정과 포용이 없는 혁신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사회 통합을 저해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노사의 현실을 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경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김 실장은 “노사 관계 문제에서 전국적인 사용자 단체로서 경총이 작금의 난제를 풀어가는 데 리더십을 십분 발휘해주시길 바란다”며 “정부도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필요한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