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아픈 손가락’ 성동조선해양을 떼어낼 수 있을까. 사실상 마지막인 이번 매각에 유력한 인수자 후보가 참여하면서 벼랑 끝에선 성동조선에도 희망이 생겼다. 이르면 오는 18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여부에 따라 성동조선이 구조조정의 실패사례로 남을지 극적으로 회생할지 주목된다.
마지막 성동조선 매각 본입찰에 총 6곳의 인수자가 들어왔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불리는 까닭은 올해가 지나면 법원이 작성한 계획안대로 성동조선의 법정절차가 종결되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회생계획안을 뒤집으면서까지 올해를 넘겨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성동조선도 이번이 마지막 기획인 셈이다.
앞서 예비입찰에서는 전략적 투자자(SI) 등 총 7곳이 인수의향서(LOI)를 냈다. 인수의향서가 접수될 때만 하더라도 채권단 측은 매각에 회의적이었다. 절반이 넘는 곳이 앞서 입찰에 나섰던 업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동조선의 매각 단가로 알려진 3100억 원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성격의 자금력도 입증하지 못하면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엔 자금력을 입증한 후보가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창원법원 측도 “6곳의 본입찰 참여 기업 중 적격인수자가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에 터를 둔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다른 인수자와 다르게 1·2야드를 포함한 회사 전체의 일괄매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야드 중 일부 부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1107억 원에 사들여 매각대상에서 제외됐다.
본입찰에 이어 실제로 MOU까지 체결되면 인수자로서도 매수 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법원이 정한 관계인집회 기한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계약금 약 300억 원을 허공으로 날릴 수 있어서다. 단순히 찔러보기엔 지출하는 금액이 상당하다. 따라서 본입찰 이후 실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주채권은행인 수은에도 밝은 소식이다. 수은에 성동조선은 그야말로 아픈 손가락이다.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으나 한쪽에선 과도한 혈세를 투입한다는 비판을, 또 다른 쪽에선 선수금환급보증(RG)을 의도적으로 거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수은 입장에서는 지원해도, 하지 않아도 비판을 받는 상황이 계속됐다.
따라서 성동조선을 매각하는 게 이러한 논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다. 불가피하게 성동조선이 파산으로 가더라도 수은은 계속해서 성동조선이란 그림자가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번째 입찰도 불발되자 수은이 법원 측에 분리매각을 요청한 것도 매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한편 성동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거래손실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조선업 불황으로 신규 수주 부진까지 겹쳐 위기에 빠졌다. 중국 조선소들이 저가 수주로 치고 올라오면서 경영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0년 4월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지난해 4월엔 법원 회생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