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윤정희(75)가 10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윤정희의 남편 백건우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전했다.
백건우는 "윤정희에게 10년 전 시작된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각해졌다. 안쓰럽고 안된 그 사람을 위해 가장 편한 환경을 만들어줬다"라고 고백했다.
윤정희의 증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묻는 질문에 백건우는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었다. 대답을 해줘도 도착하면 또 잊어버렸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백건우는 "아침에 일어나면 접시에 약을 골라서 놓고, 먹을 걸 다 사와서 먹여주고 했다. 그 사람이 요리하는 법도 잊어서 재료를 막 섞어놓고 했으니까.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됐었다. 딸을 봐도 자신의 막냇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백건우는 윤정희의 현재 상태를 언급하며 "올 초에 한국에 들어와 머물 곳을 찾아봤다. 하지만 한국에서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머물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때 고맙게도 딸 진희가 돌봐줄 수 있겠다 해서 옆집에 모든 것을 가져다 놓고 평안히 지낸다. 지금은 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건우에 따르면 병이 시작된 시기는 윤정희가 이창동 감독의 '시'(2010)에 출연할 당시로 보인다. 윤정희는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면서 연기했으며, '시' 촬영 이후 한 작품을 더 하려고 시나리오도 봤지만 쉽지 않아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희는 당시 치매로 기억이 망가져 가던 '미자'역을 맡아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했다. 그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고,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
한편 윤정희의 투병 소식이 알려지며, 곁에서 이를 지킨 남편 백건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건우는 10살 때 국립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1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원을 졸업해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명성을 쌓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1971년 독일의 행사장에서 당대의 트로이카인 여배우 윤정희와 처음 만났다. 2년 뒤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이후 몽마르트르 언덕에 집을 얻어 동거를 시작했고, 1976년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는 45년의 결혼생활 내내 친구이자 동료, 파트너로 '잉꼬부부' 면모를 뽐냈다. 백건우는 윤정희가 '시'로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할 때에도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바쁜 연주 일정을 쪼개 칸에 동행하기도 했다.
남편 백건우는 아내 윤정희에 대해 "현실이라는 땅으로 끌어내려도 다시 떠오르는 풍선과도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 관계자는 "백건우가 파리에서 요양 중인 부인을 생각하며 허전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