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2G 퇴출과 한국 정보통신산업이 가야 할 길

입력 2019-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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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SK텔레콤은 지난 7일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KT는 이에 앞서 2011년 서비스 종료를 신고했다. LG유플러스의 서비스가 아직 남아 있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이로써 1996년부터 서비스해 온 2G는 2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통신 3사는 이제 3G, 4G, 5G의 3개 전장(戰場)에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통신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은 정권의 변화와 맥을 같이해 왔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2월 과학기술처·공보처·상공자원부의 정보통신 관련 기능을 흡수·통합해 정보통신부를 창설했다. 정보화 사회에 대한 능동적 대처, 정보통신산업의 국가발전 전략산업으로의 육성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2년 뒤인 1996년에 2G 서비스를 시작했다. 1984년에 시작한 아날로그 기반의 1세대 통신(1G)이 12년 만에 2G로 넘어간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에 3G 서비스를 개시했다. 문자·음성·영상의 대용량 통신이 가능해졌다. 2G에서 3G로 가는 데 6년이 걸렸다. 그 5년 뒤인 2007년에는 4G가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 때다.

2008년 2월 28일 이명박 정부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했다. 대표적으로 정보통신부 업무 일부는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 일부와 통합해 지식경제부로, 일부는 교육자원부와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로, 일부는 문화관광부와 통합해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되면서 완전히 해체됐다.

그러다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업무와 교육과학기술부·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의 일부 업무가 이관되어 매머드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정부통신부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의 역사 속에서 정부와 통신사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 개시를 발표했다. 4G에서 5G를 옮겨 타는 데 12년이 걸린 셈이다.

정보통신기술이 2G→3G→4G→5G로 진화해 오는 동안 국내에선 통신 3사와 다음 커뮤니케이션(카카오의 전신), NHN 등 인터넷 포털기업이 크게 성장했고, 뒤를 이어 게임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IT강국 코리아’가 되는 성장과정이었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른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라는 세계적으로 걸출한 기업이 탄생했다. 구글(1998년), 애플(1996년), 페이스북(2004년), 아마존(1994년), 트위터(2006년), 유튜브(2005년), 넷플릭스(1997년) 등 인터넷 검색서비스,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전자상거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세계의 문명적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술기업들이 거의 지난 20여 년 사이에 탄생한 것이다. 이들 기업의 뒤를 이어 제조업과 서비스를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이른바 공유경제 사업체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자랑하는 IT강국 코리아는 ‘IT 소비강국’이지 ‘IT 경제강국’은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벌고 영향력 있는 기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집안에서만 큰소리치는 ‘방안퉁수’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정보통신산업의 실상이다.

이것은 시장의 실패인가, 정부의 실패인가. 지금쯤 곰곰이 따져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정부 쪽에서는 잘나가던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면서 정보통신정책의 방향성과 추진력을 잃었다고 강하게 지적한다. 그러나 시장의 생태계가 1990년대의 혁신적 창업가들만큼 뚜렷한 창업가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통신산업의 환경은 과거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 정부는 규제 철폐 등을 통해 정보통신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을 육성할 수 있다. 최근의 2G 퇴출을 정보통신산업의 환경 변화와 미래 비전이라는 두 개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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