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AS 불가’·‘현금 결제만 가능’은 이제 옛말…프리마켓의 진화

입력 2019-11-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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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양여대에서 열린 프리마켓에 강의를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물건을 구경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5일 한양여대에서 열린 프리마켓에 강의를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물건을 구경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5일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한양여자대학교 본관 앞. 학생들의 눈과 발이 바쁘게 움직인다. 옷과 먹거리, 액세서리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한 학기에 한 번꼴로 열리는 프리마켓이라 가득 찬 강의 일정에도 짬을 내 이곳저곳을 살핀다. 가격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상인들의 입도 쉴 시간이 없다.

프리마켓은 작가나 예술인이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직접 만든 먹거리, 액세서리는 물론 옷을 떼와 팔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서울 마포구 홍대, 망원동 일대에서 시작돼 최근에는 이태원,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과 대학교에서도 열린다. 많이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프리마켓에 열광하는 것은 ‘가성비’ 때문이다. 백화점뿐 아니라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이날 한양여대에서 만난 학생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직장인보다 가진 돈이 많지 않은 학생들에겐 매장과 비슷한 품질의 옷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기회다.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재학생인 이정민ㆍ이혜송(21) 씨는 “인터넷이나 매장과 큰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더 싸다.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배송비도 없는 데다, 직접 옷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 3000~4000원은 저렴하고, 분위기도 왁자지껄해서 좋다”고 덧붙였다.

▲프리마켓에는 상인들이 손으로 만든 귀걸이와 목걸이를 만날 수 있다. 학생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프리마켓에는 상인들이 손으로 만든 귀걸이와 목걸이를 만날 수 있다. 학생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넓지 않은 공간에 다양한 상품을 파는 것도 프리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특징이다. 시작점부터 끝까지 50m가 채 안 되는 길이에 옷, 먹거리, 향수, 스마트폰 케이스와 액세서리, 방향제 등 다양한 상품이 학생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스마트 IT과에 다니는 김수민ㆍ박유진(21) 씨는 “한 곳에 이것저것 다 모여 있어서 구경하기 편리하다. 상품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산 머랭 쿠키와 마카롱을 보여주며 강아지를 위한 상품도 샀다고 설명했다. 적게 움직이면서 상품들을 구경하고, 필요하면 살 수 있는 셈이다.

프리마켓이 대중화된 지 20년을 향해 가는 만큼, 이전에 문제로 지적됐던 단점들도 보완되고 있다. 소위 ‘애프터서비스’(AS)라고 불리는 고객 서비스가 그중 하나. 과거엔 오프라인 매장처럼 판매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물건에 하자가 있어도 교환이나 환급을 받기가 어려웠다. 다시 만난 상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팔 때는 괜찮았다”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반지와 목걸이 등을 판매하는 오정현(30) 씨는 “이곳에 정기적으로 오고 있다. 학생들이 상품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AS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계속 찾기 때문에 하자 있는 상품이 있다면 그에 맞는 응대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와 달리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도 많이 늘었다. 샀던 상품이 마음에 안들면 교환도 해준다.  (홍인석 기자 mystic@)
▲과거와 달리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도 많이 늘었다. 샀던 상품이 마음에 안들면 교환도 해준다. (홍인석 기자 mystic@)

카드결제를 받는 곳도 많았다. 현금결제나 계좌이체로만 상품을 살 수 있다는 곳도 있었으나 많은 곳이 카드결제도 된다며 구매를 독려했다.

이날 만난 한 상인은 “어린 학생들부터 직장인까지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며 “팔기 위해서는 우리도 변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90% 이상이 카드결제로 결제하니 일부 상인들이 했던 탈세도 사라지는 추세다. 덕분에 우리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변화상을 설명했다.

기자가 본 프리마켓은 소비자와 상인이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상인은 학생에게 어울리는 귀걸이나 목걸이를 추천해줬고, 학생들은 상품 가격을 깎기 위해 적극적으로 흥정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일상화된 오늘날, 이러한 풍경은 오프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상인들도 "상품 품질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살길은 대면 소통이다.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지 않을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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