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주력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새 전략을 짜고 있다. 토종업체와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다.
3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 토종 메이커와 차별화를 위해 본격적인 제품 경쟁력 확보전이 시작됐다. 인도에선 상대적으로 마진이 좋은 '소품종 다량판매' 전략을 바탕으로 현지 전략형 모델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중국 현지에서는 본격적인 상품성 차별화가 시작됐다. 올해 현대ㆍ기아차는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신차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 있다. 이런 신차 봇물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내년부터 향후 1~2년 사이 전략 신차가 대거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판매 모델과 현지판매 차종이 다르다. 다만 신차의 뼈대인 플랫폼이 변경됐고 여러 차종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만큼, 상품성이 크게 향상된 다양한 신차가 중국 현지에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날 현대차가 중국 현지에서 전략 소형 SUV ix25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형 SUV 투싼을 밑그림으로 2014년 현지에 내놓은 ix25는 이번에 2세대로 거듭나며 다양한 첨단장비를 총망라해 탑재했다.
고속도로 자율주행보조 기능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제 막 등장한 스마트폰 디지털 키 공유를 비롯해 개인화 설정, 블루투스 차량 제어 기술, 카투홈 등 첨단 커넥티비티 기술을 현지에서 동급 최초로 갖췄다.
중국 토종 메이커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새 기술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토종 메이커보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인도 시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6월 여당의 승리로 마무리된 현지 총선 이후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기대했던 반면, 환율과 유가 영향에 밀려 새 정책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결국 인도 차 시장은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26% 감소하는 등 크게 위축돼 있다.
인도 자동차 산업수요 부진과 관련해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현지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수혜가 인도 메이커보다 한국차와 일본차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쉽사리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런데 인도는 대대적으로 자동차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새 규제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차 가격 인상과 직결된다.
먼저 신차 안전규제는 이미 지난 7월 대대적으로 강화됐고, 환경규제는 유로6 기준이 내년 4월에 본격화된다.
결국 새 기술 도입에 따른 가격인상을 최소화하는 업체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철저하게 현지생산을 기준으로 전략차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신차 규제를 충족하되 가격 인상도 최소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 베뉴와 기아차 셀토스가 각각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선전 중이다.
올 상반기 인도에 선보인 현대차 베뉴는 사전계약 1개월 만에 2만2000대 계약을 기록했다. 기아차 셀토스는 이보다 더 짧은 20일 만에 무려 2만2000대를 기록해 인기를 증명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한 기아차 인도 공장이 주력모델 셀토스를 앞세워 볼륨 성장을 기대 중이다. 특히 인도 전략형 SUV로 개발한 셀토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차는 국내보다 인도에 먼저 신차를 공개할 만큼 현지화에 집중한 모델이다.
출시 시점도 전략적으로 결정했다. 현지 토종 메이커가 7월 이후 안전규제 강화로 가격을 대대적으로 올렸지만, 셀토스는 출시 시점을 이후인 8월로 잡았다.
기본적으로 안전규제를 지키되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에 따른 시장의 저항감을 최소화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인도 시장의 경우 기아차 새 공장이 준공됐고, 주력 모델을 앞세워 안정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곳”이라면서도 “올 초까지 우호적이었던 루피 환율이 최근 하락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곳인 만큼 신중하게 현지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