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청소년 유해’ ‘아동 형상 리얼돌’...규제 시급하다

입력 2019-10-27 10:44 수정 2019-10-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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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이 인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리얼돌을 지인 얼굴이나 아동을 연상케 하는 120~130cm 크기로 맞춤 제작할 수 있다는 판매 광고가 등장하면서 여성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폐기 처분 방법도 명확하지 않다. 생활쓰레기와 함께 길거리에 그냥 버려진 리얼돌을 등교하던 중학생이 발견해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어른들의 무책한 행동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리얼돌의 무분별한 판매를 차단할 방법이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리얼돌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판매 금지 법적 근거 없다…수입 허용” = 리얼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대법원이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확정하면서 거세졌다.

인천세관은 2017년 7월 20일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 업체의 리얼돌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관세법 제234조는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대해 수출과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A 업체는 “리얼돌은 기능적 측면에 중점을 둔 것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한다고 평가할 정도가 아니다”면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간섭해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리얼돌의 전체적인 모습을 관찰해 볼 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음란성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하는 상대적이고도 유동적인 개념이고, 나라마다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며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하더라도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성인의 사적인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법조계 “아동ㆍ지인 리얼돌, 음란물… 인격권 침해” = 법조계는 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리얼돌을 규제하는 현행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원이 헌법상 권리인 개인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법이 없어 수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근거법이 없으므로 판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법 제정을 생각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리얼돌 제조ㆍ수입ㆍ판매 업자와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자의 보호와 성범죄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인과 아동 형상의 리얼돌을 상대로 성적 행위를 하다 대상이 사람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허용할 것과 금지할 것을 세부적 논의를 통해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완 교수는 “아동 형상이나 지인 맞춤제작 리얼돌은 사실상 음란물이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며 “지인의 형상을 맞춤 제작하는 것은 명예훼손 등 인격권 침해가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윤미 변호사는 “개인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규제로만 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대법원 판단은 그러한 견해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리얼돌을 특정인이나 아동을 본떠 만드는 부분에 대해선 엄격한 규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 판매 허용… 아동 형상 리얼돌 적극 규제 = 미국ㆍ영국ㆍ중국ㆍ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는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수입ㆍ생산ㆍ판매를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동 리얼돌에 대한 규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캐나다는 아동 리얼돌의 구매와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검찰의 경우 아동 리얼돌을 수입ㆍ구매할 경우 최대 12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한다. 미국도 아동형상 리얼돌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막 아동ㆍ맞춤 제작 리얼돌 규제 입법을 준비 중이다. 8월 8일 정인화 의원(무소속) 대표 발의로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성적 만족감을 위해 아동이나 아동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리얼돌을 제작ㆍ수입ㆍ판매ㆍ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도 아동 형상의 리얼돌 판매에 우려를 나타냈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리얼돌 판매 금지 국민청원 답변에서 “맞춤형 리얼돌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는 제작과 유통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하겠다”며 “앞으로 정부는 리얼돌에 대한 현황 파악 및 관련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하고 우리 사회의 보다 성숙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정책개발과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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