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베일을 벗었다. 세포라는 1991년 일본 도쿄에 진출해 7개 매장을 냈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접었고, 2008년 진출한 홍콩에서도 현지 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해외 진출 실패 경험을 거울 삼아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내세운 것은 ‘현지화’다. 한국 뷰티 시장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 특성을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세포라코리아는 24일 삼성동 파르나스몰의 국내 첫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의 공개를 앞두고 23일 1호점인 파르나스몰 점에서 스토어 프리뷰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동주 대표이사는 “한국 1호점은 아시아에서 10번째 매장이다. K뷰티 위상과 달리 너무 늦게 진출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만큼 철저하게 조사하고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한국 시장에 어떤 브랜드를 선보일지, 어떤 제품군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지 2~3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이사는 “상품뿐 아니라 고객 경험까지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현지 시장에 맞는 UI, 인포메이션을 제공하고, 비대면 접촉 트렌드에 따라 매장 내 직원 역시 고객이 찾으면 도움을 주는 식으로 운영한다”며 “서비스뿐 아니라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국내 소비자 피부에 맞게 구성했다. 미국은 대담한 색을 선호하지만 우리나라는 코랄, 핑크 등 은은한 색을 선호한다. 이런 점을 반영해 국내 매장 상품을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세포라는 타르트(tarte), 후다 뷰티(Huda Beauty),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Anastasia Beverly Hills), 조이바(Zoeva), 스매쉬박스(Smashbox) 등 30여 개에 이르는 해외 독점 브랜드를 선보이는 동시에 활명(Whal Myung), 탬버린즈(Tamburins), 어뮤즈(Amuse) 등 국내 독점 브랜드도 판매한다. 세포라는 현지화의 일환으로 K뷰티 판로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번에 선보인 국내 독점 브랜드 3개는 해외 플랫폼에 닿을 방법이 많지 않아 판매 채널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 세포라 독점 입점으로 중국 시장에서 제품 브리핑 기회도 얻었다”며 “앞으로 K뷰티를 발굴하고 육성해 해외로 수출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뷰티 편집숍답게 해외 직구로 구매할 수 있는 럭셔리 화장품이 주를 이루지만, 국내 제품도 눈에 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헤라, 라네즈, 구딸 파리 등 4개의 제품이 현재 세포라에 입점했다. 세포라 측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현재 LG생활건강과도 제품 입점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세포라는 럭셔리 화장품을 주로 취급하는 신세계의 시코르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시코르는 K뷰티 제품이 50% 이상으로, 해외 직구로 구매하던 제품 위주로 구성한 세포라와 정체성에 차이가 있다. 또 중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H&B스토어와도 결을 달리한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편집숍’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희은 서비스 &유통 부문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시코르가 라인업 중 프리미엄 K뷰티 브랜드를 내세웠다면, 세포라는 LVMH그룹 계열의 프리미엄 뷰티 전문 매장인 만큼 명품 브랜드나 해외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적극 내세운다”며 “국내 H&B스토어인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과는 다른 브랜드 라인업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면 국내 유통채널에 대항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포라는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12월 2호점 명동 롯데영플라자점, 3호점 신촌 현대유플렉스점을 포함해 내년까지 서울에 온라인 스토어를 포함한 7개 매장,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