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호주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호주 정부가 가격경쟁력, 규제 유연성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손짓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 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및 제조, 임상 테스트베드 등 해외 진출의 전초기지로서 호주에 대한 업계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연 매출이 2000만 호주달러(약 160억 원) 이하인 기업이 임상시험을 할 경우 최대 45%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으며, 임상 시 연구 데이터 결과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 미국 FDA(식품의약청)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등 다양한 이점이 많다. 실제로 매년 글로벌 제약회사, 의료기기, 바이오텍 회사들은 10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호주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을 임상시험, 특히 초기 임상시험에 사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강점을 가진 호주를 글로벌 진출의 전략적인 요충지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호주 현지 법인을 설립한 파멥신은 다국적제약사 MSD의 면역관문 ‘키트루다’와 항암신약 물질 ‘타니비루맵’을 병용하는 임상 1b·2상을 호주에서 진행 중이다. 또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재발 뇌종양환자를 대상으로 타니비루맵 임상 2상도 시작된다.
고바이오랩도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인 ‘KBLP-001’의 호주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받으며 국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업계 최초로 글로벌 임상에 도전 중이다.
임상뿐 아니라 호주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있는 곳도 있다.
항암 작용을 하는 비마약성 경구용 진통제 코미녹스(PAX-1)를 개발 중인 코미팜은 호주에 대지 5254평, 건평 1894평 규모로 생산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공장 시설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진출 기업들은 △비용절감 △시차가 크지 않은 동 시간대 △글로벌 기준에 적합한 임상환경 등을 호주의 장점으로 꼽는다.
김성우 파멥신 이사는 “임상비용 측면에서 미국은 국내의 2배지만 호주는 1.5배 정도이며, 연구개발에 대한 세금환급까지 있어 비용에 민감한 바이오기업들에 호주의 저렴한 임상 비용이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과 달리 한국과 동시간대인 점도 원활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FDA 등 임상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점도 호주가 임상 테스트베드로 떠오르는 이유”라며 “최근 많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호주 임상을 고려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지놈앤컴퍼니, 바이로큐어, 이뮨메드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호주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선 유한양행이 글로벌 임상 및 파이프라인(후보물질) 확충을 위해 6월 호주에 ‘YUHAN ANZ’를 설립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포화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미국 이외 호주에서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과 원천기술을 발굴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위해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호주 내 기업들 역시 바이오산업이 성장 중인 아시아 기업들을 공략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호주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업무적으로도 한국 기업들과 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한국 영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호주 진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호주 의약품 시장은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매출 기준으로 2017년 119억 호주달러(약 9조 원)에서 2022년 148억 호주달러(약 11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호주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시장도 연평균 12%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5년 3억9140만 달러(약 4600억 원)에서 올해는 6억1590만 달러(약 72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