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신랄한 풍자와 비판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TV만화사인 사우스 파크는 미국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도 NBA처럼 중국의 검열이 우리 고향과 가슴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 우리도 자유와 민주주의보다 돈을 더 사랑한다. 시진핑 주석은 곰돌이 푸를 전혀 닮지 않았어요. 중국 공산당이여 영원하라.” 중국 정부가 꺼리는 시진핑 주석을 풍자하는 ‘곰돌이 푸’와 중국의 검열시스템을 우습게 조롱하듯이 가짜 사과문을 올렸기 때문이다. 사우스 파크는 이제 거의 모든 중국 인터넷 매체에서 사라졌다. 사실 사우스 파크의 애니메이션은 중국에서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의 존재감이 없다. 만약 사우스 파크 애니메이션을 6억 명의 중국인이 보고, 엄청난 돈을 중국 시장에서 벌고 있었다면 과연 그러한 행동을 했을지? 사실 의문이 든다. 이러한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매체가 열리지 않는 것인가? 단순히 그런 잣대로 중국을 이해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개방과 통제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개방과 통제라는 모순된 두 개의 잣대를 함께 작동시키는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개혁개방을 통해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2018년 현재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13억 명, 네티즌 수는 8억50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6억1000만 명이 인터넷 쇼핑을 한다. 이처럼 중국 사회는 급속한 인터넷 환경변화 속에서 새로운 혁신 차이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2003년부터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체제 및 사회안정을 이유로 민감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정부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트래픽을 차단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투입되어 민감한 콘텐츠를 검열했지만, 지금은 ‘AI 검열 로봇’이 투입되어 유해 트래픽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중국 인터넷주간 행사에서 “통제 가능하고, 개방된 인터넷 환경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얼핏 듣기에는 매우 모순적인 말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중국 정부가 규정한 ‘레드라인(민감한 콘텐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레드라인은 단순히 중국을 비방하고 중국인을 폄하하는 콘텐츠를 넘어 일국양제의 정치 시스템과 국가주권 문제부터 역사적인 인식, 문화적 정서까지 매우 다양한 민감한 콘텐츠를 의미한다. 다른 관련 사례를 더 들어보자. 예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가 상하이 패션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동영상에서 중국여성 모델이 등장해 젓가락으로 피자와 바게트, 스파게티를 우스꽝스럽게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바로 중국인들로부터 거센 반발과 함께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중국인과 중국문화를 모욕하고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넘지 말아야 할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인의 소비파워가 워낙 크다보니 결국 창업자인 돌체와 가바나는 직접 출연해서 사과 영상을 웨이보에 올리며 머리를 숙였다.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연간 5000억 위안(약 84조 원)으로 전 세계 명품 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패션브랜드인 코치(COACH)도 중국 지도가 그려진 티셔츠에 타이완, 홍콩, 마카오를 국가처럼 표기했다가 큰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최근 네팔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어떤 기도도 망상이고,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든 어떤 사람들이 분열을 기도하더라도 몸이 가루가 돼 죽는 결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다양한 레드라인 중 가장 민감한 것이 바로 ‘중국 분열행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거 역사 속에서 숱한 분리와 독립을 통해 국가가 붕괴하는 것을 경험했다. 태생적으로 분리와 독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개방과 통제 메커니즘이 우리와 다르다고 무조건 비판할 필요는 없다.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시스템을 이해하며 접근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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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