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침체와 국론분열

입력 2019-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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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곳곳에서 경기침체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는 14일 시작된 IMF-WB(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앞두고 세계경제의 동시다발적 하강세를 예고하며, 올해 전 세계의 90%가 성장둔화를 경험할 것이라 경고하고 동시다발적 국제공조가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역시 브렉시트(Brexit)와 유럽 경기 침체 및 무역 불확실성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2.6%보다 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특히,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독일, 네덜란드와 더불어 우리 경제를 지목하며 정부 지출 확대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침체는 세계은행 총재가 지적한 전체 세계 경제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은 10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투자 규모의 축소와 더불어 그나마 받쳐주고 있던 소비마저 감소세로 들어서 올해 성장률 2%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이들 국제경제기구 수장들의 권고와 상관없이 경기침체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대내외 암울한 경제환경 속에서 우리는 현재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나뉘어 서로 삿대질을 연출하는 상황을 연일 목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갈등 상황은 언제나 있어왔고 갈등 자체가 나쁜 것 또한 아니다. 갈등을 창조적으로 해결하면 보다 안정적 제도가 정착되기도 하고, 갈등 해결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되어 근원적 문제 해결의 기반을 구축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분열이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기보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으로 점철될 때 그 관계 악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데 있다.

특히, 갈등이 비교역적인(non-tradable) 가치나 이념으로 치닫게 될 때 해결 방안은 거의 없다. 지금의 우리 상황이 이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데 상황의 심각성이 크다. 이러한 분열은 입법을 통한 주요 정책의 입안, 시행은 물론 정부의 정책 집행에 힘을 빼게 한다. 경기침체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공무원들은 다음 정권에서 적폐로 몰릴까 봐 행동에 나서는 대신 눈치만 보는 일명 ‘복지안동’할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덮어쓰는 결과를 보게 될까 우려된다.

예전에도 그랬다. 1997년 외환위기는 중국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세계 수요의 회복으로 예상보다 일찍 극복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침체는 전 세계적인 동시다발 침체라 바랄 요행이 거의 없다. 외환위기의 해결 과정에서 헐값 매각시비로 담당 국장이 고발당하여 법정에 서게 되는 경험이 있는데 누가 이런 분열 상황에서 나설 것인가 생각해 보자.

이제는 정치적인 문제와 경제를 구분하여 정치가 경제를 옥죄게 하는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 뛰어난 지도자는 자신의 지지세력의 반대를 물리치고서라도 단호히 경제를 세우는 리더십을 보인 사람들이다. 사기나 횡령, 혹은 부정이 아닌 한 공무원에게 정책 책임을 물려서는 안 된다. 이념적으로 다르더라도 양측이 합력하여 이 위기상황을 극복해내야 지금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래야 저출산도 극복할 수 있고,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공자 말씀이라고 비난해도 좋다. 그러나 궁극적인 책임은 우리 자신이 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또 하나 미국의 공자격인 링컨 전 대통령의 통 큰 탕평인사가 얼마나 갈라진 미국을 통합하여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였는지 기억하자.

경제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경제정책이 거시경제의 안정이나 연구개발(R&D)과 같은 외부성이 있는 투자를 통하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같은 본래의 목적을 도외시하고 정치적 이념에 매몰될 때, 또 사회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경제정책을 함부로 동원할 때, 경제는 죽어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각성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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