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명 이후 50여 일 동안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피로감이 쌓일 법도 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뜨겁게 달궈진다.
검찰 수사는 조 장관을 향하고 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칼을 빼 든 만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건곤일척의 순간에는 한 치의 실수나 허점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 장관은 검찰의 지휘권과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3일 서울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을 지휘하던 부부장 검사와 통화를 했다. 아내로부터 전화를 건네받은 검사에게 한 조 장관의 첫 마디는 “장관입니다”였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검사는 이 한마디가 주는 중압감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해달라고 말한 것이 외압이 아니냐는 지적에 남편으로서 인륜의 문제라고 했다.
조 장관의 해명대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아내의 건강 상태가 염려됐기 때문이라고 해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검사와 직접 통화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어야 했다. 스스로가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공언했다면 한 가정의 남편보다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조 장관의 이러한 행동은 법률적인 문제를 차지하고라도 국민 정서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 법사위 국감에서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일만 남았다. 지난주 있었던 국회 대정부질문도 이미 ‘조국 2차 청문회’란 꼬리표가 붙었다.
법사위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중대 사안을 논의 중이다.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시행규칙이나 세부 규정을 확정할 법무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에 있어 법무부는 검찰을 끌어안아야 한다. 개혁 대상인 검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인권 침해, 검찰권 남용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 입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는 역할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 구도가 뚜렷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서로의 명운을 건 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상황이다. 진영논리가 아닌 세대 갈등으로 번져 국민 여론도 분열됐다.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는 주말마다 조국 수호를 외치는 촛불집회와 이를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인 이번 국감은 ‘관전포인트’로 볼 것도 없다.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는 '식물 국감'이 우려된다. 법사위, 교육위, 정무위 등 주요 상임위원회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15일 법무부, 17일 대검찰청, 21일 종합감사까지 사흘간의 법사위 일정이다.
국감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지 않길 바란다. 자신의 영달을 좇는데 국민을 앞세우는 모습은 가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