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전시는 조선 화조화에서 희망을 의미하며 다양한 계층의 예술가들이 주목하였던 소재인 파초를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 한 신작 '파초 시리즈'다. 작품의 배경에 넓은 잎사귀가 새롭게 등장한다. 옛사람들은 파초의 넓은 잎사귀와 선인의 풍취를 사랑했다고 한다. 실제 다양한 계층의 예술가에 의해 조선회화에 자주 등장한 소재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제 정선과 조선시대 천재 화가로 불린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서도 파초를 볼 수 있다. 조선 제 22대 왕 정조 역시 파초를 주제로 그림과 시를 남겼다.
파초는 파릇파릇 시원스럽게 돋아나 덕과 지혜를 세상에 펼치며 널리 학문에 정진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겨울에 죽은 것처럼 보이다가도 이듬해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 살아나기에 '기사회생'을 뜻한다. 큰 잎사귀는 부를 상징한다.
작가는 단순히 작품 속 화려해 보이는 식물의 잎사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전통 예술적 요소에서 파초가 담고 있는 의미에 되새기며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숨겨져 있던 한국 산수화의 자연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구성하여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림 속에 뛰어노는 캐릭터 '동구리'를 찾는 것도 묘미다.
작가는 우리나라 사군자에서 '치다'라는 행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이 행위를 통해 드로잉 작품에 생기와 율동감을 함께 불어 넣는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사군자는 그리다가 아니라 '친다'라고 표현한다. 사군자를 친다는 것은 즉석에서 바로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수 없는 반복과 연습이 필요한 동시에 집중하여 한번에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정신적 수양을 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의 드로잉은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간 작가의 수없이 단련된 붓질로 탄생한 것으로 사군자의 연장선이자, 한국화의 정신과 본질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는 한국화의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약 4m가 넘는 한 쪽 벽면을 모두 뒤덮을 정도의 넓은 크기와 강렬한 붓질의 작품이 설치된다. 작가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