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무리가 서울 서초동 법원 골목을 배회한다. ‘회생 브로커’라는 이름의 하이에나 무리다. 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신용불량자’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당장 돈이 궁한 변호사·법무사는 브로커와 한배를 탄 지 오래다. 수사기관도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단속 말고는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다. ‘빚의 늪’에 빠진 신불자들은 서초동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결심하는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속칭 ‘개인회생 브로커’로 인해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의 부정적 여파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면서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하기 위해 법원을 찾는 신용불량자를 노리는 불법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개인회생 브로커란 변호사나 법무사의 명의를 도용, 자격증 없이 회생·파산 업무를 처리하고 수임료를 받는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회생·파산 업계에서는 관련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5일 이투데이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은행, 상호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사 대출을 받은 사람 중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은 89만5596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6월 말 89만8944명 이후 4년 만의 최대치다. 이 같은 신용불량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287만4300명 이후 9년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제도권 금융사들도 이런데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사금융은 상황이 더욱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법원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파산·회생 접수 건수는 각각 2만2924건, 4만7459건 등으로 집계됐다. 회생과 파산 모두 2016년 4만7229건, 2만5817건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기는 이들이 있다. 회생 브로커들이다. 신용불량자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이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회생 브로커는 예전부터 어디에나 있었으면서, 어디에도 없었다”며 “2017년께 대대적으로 적발돼 실형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대규모로 복귀하면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생 브로커는 지하조직인 만큼 그 규모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브로커들의 활동이 최근 들어 왕성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네이버의 회생 광고 단가가 급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네이버에 회생 광고를 내면 클릭 한 번당 5000원 정도의 광고 단가가 붙었다”며 “최근 들어 광고 단가가 7000~7500원으로 1.5배 늘었다. 그만큼 브로커들이 늘어나면서 광고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