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대가 분양가상한제를 바라보면

입력 2019-08-21 07: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신철 부동산부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이후 결혼 3년 차인 친구가 “이제 내 집 마련 꿈에 가까워지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올해 전세 계약이 만료돼 서울에서 이사할 곳을 알아보는 처지였다. 부부가 맞벌이로 바쁜 와중에도 새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찾는 과정은 고단했다. 그가 이사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는 ‘내 집’을 꿈꾸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우린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없을 거야”라고 답했다. 상한제가 도입되고 값싼 집이 공급된다고 하지만 30대인 우리에게 오랜 기간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정부는 서민의 주택 구입 부담을 줄이고자 상한제 적용을 확대했다. 이 때부터 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작동한다. 억지로 내려간 가격만큼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나이가 30대인 가족이 살 만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모두 청약 가점제가 적용된다. 무주택 기간(만점 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보유 기간(17점)을 토대로 산정하는 가점제에서 30대가 당첨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기과열지구의 당첨 가점 평균은 50점이었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세대주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9년을 넘어야 얻을 수 있는 가점이다.

더욱이 억지로 내려간 분양가만큼 공급도 줄어들 게 뻔하다. 결과는 새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인한 기존 신축 단지의 가격 급등이다. 대출도 어려워 ‘금수저’가 아닌 30대는 새 아파트에서 살기 더욱 어려워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시행되면 강남구 개포동에서 전용 85㎡가 인근 시세(20억 원) 대비 70%인 14억 원에 공급될 것이다. 당첨자는 전세살이를 했을 뿐 10억 원 가까이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중·장년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억 원도 없고 30대인 우리는 나 보다 잘 사는 사람이 분양에 당첨돼 6억 원(시세 차익)을 버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 말에 30대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재명 공직선거법 유죄...‘정당 쪼개기’로 434억 '먹튀' 가능?
  • 하루 시작부터 끝까지…변우석과 함께 보내는 하루! [솔드아웃]
  • 다 상술인건 알지만…"OO데이 그냥 넘어가긴 아쉬워" [데이터클립]
  • ‘2025 수능 수험표’ 들고 어디 갈까?…수험생 할인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리스크 털어낸 리플…'美 증시ㆍ비트코인' 하락에도 나 홀로 상승
  • 예금자보호한도 23년 만에 1억으로 상향…금융권 파장은?
  •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 오늘 일본과 B조예선 3차전…중계 어디서?
  • 韓 환율관찰 대상국 재지정…“국내 채권시장 최악의 시나리오, 환율 상향 고착화”
  • 오늘의 상승종목

  • 11.1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6,408,000
    • -1.69%
    • 이더리움
    • 4,395,000
    • -3.47%
    • 비트코인 캐시
    • 600,500
    • -4.07%
    • 리플
    • 1,140
    • +13.77%
    • 솔라나
    • 301,500
    • -4.35%
    • 에이다
    • 847
    • +3.17%
    • 이오스
    • 808
    • +2.54%
    • 트론
    • 257
    • -0.39%
    • 스텔라루멘
    • 186
    • +3.9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850
    • -0.49%
    • 체인링크
    • 19,080
    • -0.99%
    • 샌드박스
    • 398
    • -2.4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