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이후 결혼 3년 차인 친구가 “이제 내 집 마련 꿈에 가까워지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올해 전세 계약이 만료돼 서울에서 이사할 곳을 알아보는 처지였다. 부부가 맞벌이로 바쁜 와중에도 새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찾는 과정은 고단했다. 그가 이사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는 ‘내 집’을 꿈꾸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우린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없을 거야”라고 답했다. 상한제가 도입되고 값싼 집이 공급된다고 하지만 30대인 우리에게 오랜 기간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정부는 서민의 주택 구입 부담을 줄이고자 상한제 적용을 확대했다. 이 때부터 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작동한다. 억지로 내려간 가격만큼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나이가 30대인 가족이 살 만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모두 청약 가점제가 적용된다. 무주택 기간(만점 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보유 기간(17점)을 토대로 산정하는 가점제에서 30대가 당첨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기과열지구의 당첨 가점 평균은 50점이었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세대주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9년을 넘어야 얻을 수 있는 가점이다.
더욱이 억지로 내려간 분양가만큼 공급도 줄어들 게 뻔하다. 결과는 새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인한 기존 신축 단지의 가격 급등이다. 대출도 어려워 ‘금수저’가 아닌 30대는 새 아파트에서 살기 더욱 어려워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시행되면 강남구 개포동에서 전용 85㎡가 인근 시세(20억 원) 대비 70%인 14억 원에 공급될 것이다. 당첨자는 전세살이를 했을 뿐 10억 원 가까이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중·장년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억 원도 없고 30대인 우리는 나 보다 잘 사는 사람이 분양에 당첨돼 6억 원(시세 차익)을 버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 말에 30대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