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가볍고 단단하며, 열이나 압력 등을 가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변형시킬 수 있는 꿈의 재료인 플라스틱이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이라는 명칭은 ‘성형이 가능한’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이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되었다. 1868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상아로 된 당구공의 대용품으로 발명한 셀룰로이드로부터 시작된 플라스틱은 지난 150여 년간 인류의 생활에 엄청난 편리함을 제공해 주었다. 제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저비용, 다용도, 물에 대한 불침투성 등의 특성으로 인하여 종이 클립부터 우주선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제품에 사용되고 있으며, 현대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편리하게 사용해 왔던 플라스틱은 자연분해가 어렵다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어, 사용 후 폐기 시 지구 환경에 그대로 잔존함으로써 인류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관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은 조각으로 파편화되어 미세먼지, 식수, 식품 등에 흡수되어 인체에 잔류하기도 하고, 바닷물에 유입되어 해양 생태계에도 큰 문제를 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통하여 인간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와 축적될 수 있어 최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여러 가지 정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5㎜보다 작은 미세한 크기로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입자를 말한다. 공업용 연마제, 각질 제거용 세안제, 화장품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생산되는 1차 플라스틱과 해양 쓰레기 등에서 파편화되어 환경 중에 존재하는 2차 플라스틱, 그리고 합성섬유 세탁 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 등 그 발생 원인도 다양하다.
해양의 미세플라스틱은 2004년 영국 플리머스대 리처드 톰슨 교수에 의하여 최초로 이슈화되었으며, 2017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면적의 16배에 이르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30% 이상을 미세플라스틱이 차지하고 있음을 밝혀 해양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또한, 2019년 유럽연합(EU) 과학자문기구(SADM)의 과학적 검토에 따르면, 현재 환경 곳곳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며 아직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광범위한 생태학적 위험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오염이 현재의 속도로 계속된다면 그 위험은 1세기 안에 전 세계에 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의 해양오염 수준과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오염이 가속화되어 인류의 건강과 안전한 삶에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우리 식생활에 필수적인 소금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 분석 결과를 접한 후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되었다. 요리할 때 무심히 사용해 왔던 소금에조차 매우 신경이 쓰이고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 시 생기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여 호흡과 섭생을 통해 다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식품 포장재, 생활용품 포장재, 용기, 화장품 등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물론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상당히 높다고는 하지만 실제 통계로 발표되는 수치에는 허수가 포함되어 있음도 알게 되었다. 분리 수거된 플라스틱은 선별-처리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일부는 재생원료를 만드는 업체로, 재활용이 어렵거나 돈이 안 되는 폐기물은 소각 또는 매립하기 때문이다.
재활용 및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 연구 등 미세플라스틱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스스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더 건강한 생활환경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행동이 될 것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발생과 분포 파악, 생태학적 위험성을 밝히기 위한 과학적 연구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