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ECD 규제·노동 개혁 권고, 정부는 딴소리

입력 2019-07-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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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에 경제활동의 규제를 줄이고, 노동시장을 개혁할 것을 거듭 권고했다. 최근 발간한 ‘2019년 구조개혁 연례보고서’를 통해서다. OECD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2~2008년 동안 연평균 3.7% 증가했지만, 2012~2018년에는 2.5%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같은 기간 3.1%에서 1.5%로 낮아졌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데도,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OECD는 규제개혁을 우선적으로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국회 발의 법안에 대한 규제영향평가제와 규제비용총량제 적용,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 축소, 서비스시장에의 대기업 진입장벽 철폐 등이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가 소득 불평등을 초래하고,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한편, 여성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장과 직업훈련 확대, 성과에 바탕한 탄력적 임금체계, 정년퇴직제도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OECD는 주장했다. 법인세 인하 등 성장친화적인 조세체계 개편,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제언도 내놨다.

한국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되면서 오래전부터 절실한 개혁 과제들이다. OECD 등 국제기구들도 해마다 한국에 권고해온 내용이다. 정부는 줄곧 네거티브 규제 등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지만 여전히 성과가 미흡하다. 정규직 과보호 개선을 위한 노동개혁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상황인식은 전혀 딴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주말 제주도의 대한상공회의소 포럼에서 “영국 재무장관에게 규제샌드박스 얘기를 했더니, 한국이 영국보다 광범위하게 시행된다며 놀라워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겠다”면서, “정부가 그동안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규제만 없앴다”고 반박했다.

지금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 때문에 신성장 동력 발굴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창업 또한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격의료, 차량공유 등 이해집단이 충돌하는 혁신 서비스, 공유경제는 정부가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개혁을 미루면서 세계 흐름에 뒤처지고 있고, 핵심적인 ‘덩어리 규제’의 철폐도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 기업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규제혁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새삼스럽지 않다. 위기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규제와 노동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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