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중단됐던 서울 성북3구역 재개발사업이 재추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시가 성북3구역에 대해 재개발구역을 직권해제한 것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가 무더기로 해제한 성북구 재개발 구역 중 소송을 통해 사업을 복원할 수 있게 된 곳은 성북3구역이 처음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2일 성북3구역 재개발조합이 서울시의 정비구역(재개발구역) 직권 해제를 무효화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성북3구역은 전에 머물러 있던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10월 서울시는 성북3구역이 2011년 5월 31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이후 4년 이내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않았고 주민 의견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중단시켰다.
당시 서울시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 말까지 한시 조례를 통해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고 주민의견 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인 경우’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했다. 성북3구역의 경우 전체 토지 등 소유자 576명 중 399명만이 주민의견 조사에 참여해 251명(전체 43.58%)이 사업 추진을 찬성했으나 전체 소유자 중 과반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해제됐다.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4년 이상 늦어진 것에 대해 조합은 구청이 정비구역 변경을 요청해놓고 시간을 끌어 부득이하게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구청이 고의 지연한 기간만 제외하면 ‘4년’이 경과됐다고 불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조합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성북3구역 재개발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날부터 4년이 되는 날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합의 책임 없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우에는 경과 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업시행인가가 나온 2011년 6월부터 직권해제된 2017년 10월 사이 약 3년 8개월은 외부 요인에 의해 지체된 기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4년이 지났다는 전제에서 내린 서울시 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이다.
또 서울시가 다른 대도시의 정비구역 해제에 관한 조례 내용에 비춰 상당히 폭넓은 재량권을 가진 만큼 행정 처분을 취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이익 비교를 더 엄격히 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사업에 찬성하는 다수의 토지 등 소유자의 이익과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익이 이 사업에 반대하는 소유자의 이익과 재산권 제약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훨씬 중대하다”며 “시의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성북3구역은 성북구에서 조합이 소송을 통해 직권해제 무효를 끌어낸 첫 사례가 됐다. 2017년 직권해제된 장위11구역은 시와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조합원들이 패소하면서 최종적으로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장위 15구역의 재개발 추진을 원하는 주민들은 이미 사망한 거주자의 이름으로 해제 동의서가 접수되는 등 해제가 부당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비구역 해제 무효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성북3구역 사업 추진을 묻는 주민의견 조사에 실제 참여한 사람 중 반대자는 30%에 불과했는데도 서울시가 기어코 해제를 단행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