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총 2만562건이다. 아직 10개월의 회기가 남았지만 지난 19대 국회 전체의 1만7822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중 가결이든 부결이든 처리된 법안은 5985건으로 처리율은 29.1%에 불과하다. ‘헌정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의 같은 시기(32.7%)를 밑도는 수치다.
발의된 법안이 법률에 반영된 비율(수정·대안반영 포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이번 국회에서 지금까지 실제 법률에 반영된 법안은 5674건이다. 전체 법안의 27.59%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회기가 끝나는 시점에 19대 국회의 법안반영비율인 41.68%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16대 국회에서 62.98%였던 법안반영비율은 17대 국회 50.38%, 18대 국회 44.4% 등으로 회기가 거듭될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국회가 회기를 마칠 때마다 반복되는 무더기 법안 폐기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현재 계류 중인 미처리법안은 1만4577건이다. 국회가 문을 연 이후 3년간 처리한 법안이 6000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처리법안의 2배가 넘는 법안이 쌓여 있다는 의미다. 남은 회기 동안 휴일과 주말을 포함해 하루에 꼬박 44건씩 처리해야 하는 숫자다. 회기가 끝날 때까지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앞으로 제출될 법안까지 감안하면 20대 국회의 자동폐기 법안은 1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19대 국회는 9811건이었다.
남은 기간에 국회가 제 기능을 할 것으로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내년 4월 총선이 임박하면서 여야는 이미 힘겨루기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지지자 결집을 노린 여야의 입씨름이 격화하면서 ‘막말’ 등 사유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만 38건에 이른다. 아직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아닌데도 이미 19대 국회 전체 징계안(39건) 건수와 비슷하다.
법안의 ‘1차 관문’인 상임위원회 기능은 올해 내내 마비 상태였다. 법안 처리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 활동이 중요한데, 올 들어 16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최는 50차례에 그쳤다. 각 상임위의 평균 법안소위 개최 횟수는 3.1회에 불과하다. 지난 반년간 평균적으로 두 달에 한 번꼴로 모였다는 얘기다. 2016년에는 6월부터 연말까지 80차례의 법안소위가 열렸고, 2017년 210차례, 2018년에는 185차례 법안소위가 열렸다.
상임위 문턱에 쌓여가는 법안도 점점 늘어간다. △행정안전위원회(계류법안 1954건) △법제사법위원회(1410건) △환경노동위원회(1354건) △보건복지위원회(1349건) △국토교통위원회(1167건) △기획재정위원회(1158건) △정무위원회(1113건) 등 7개 상임위는 미처리법안이 1000건을 넘어선 지 오래다. 국회 관계자는 “회기를 거듭할수록 법안 발의는 많아지는 반면, 이를 소화할 국회의 각 단계별 기능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