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노선버스, 방송, 교육서비스 등 21개 업종), 내년부터는 50~299인 기업에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다. 시행착오도 있지만 연간 근로시간이 1000시간대로 첫 진입(1986시간, 2018년)하고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 대부분이 7월 이후 주52시간 준수가 가능하다고 전망하는 등 전반적으로 주52시간제가 안착되는 분위기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삶의 질 향상과 업무 효율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인력 충원뿐 아니라 PC-OFF제 등 정시 퇴근, 장기휴가 권장, 회의방식 개선 및 불필요한 회식 줄이기 등 일하는 문화를 바꿔 나가고, 재량근로제나 선택근로제, 보상휴가제 등 각종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내년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180명 규모의 식품포장재 제조업체는 장시간 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주야 맞교대제를 3조2교대제로 전환하면서 17명을 채용했다. 주 평균 근로시간은 66시간에서 51시간으로 줄어든 반면, 생산가동일은 연간 40일이 늘어나, 노동시간 단축 이전보다 매출액이 100억 원 가깝게 늘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도 감지된다. 통신사, 신용카드 회사들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직장인이 회사 근처에서 머무는 시간은 줄고, 서점, 피트니스 클럽 등 여가 업종 매출이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고 한다. 문화ㆍ취미생활, 영화관ㆍ공연, 미용실, 학원에서 카드 이용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장시간 근로의 문제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개인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혁신과 창조의 에너지를 없앤다. 사회적으로도 산업재해 및 과로사 발생, 가사와 육아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한 출산율 저하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노동자들이 소비할 시간도 줄여 경제의 지속가능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오래 일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도 OECD 최장 근로시간 국가가 아니라 근로시간이 짧고 생산성과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라는 점은 명백하다. 참고로 2017년 기준 OECD 중 최장 근로 국가는 멕시코로 연간 2348시간인 반면에 생산성이 가장 높다는 독일은 연간 근로시간이 1298시간(2016년), 삶의 질(행복)지수 1위 국가인 노르웨이의 연간 근로시간은 1419시간(2017년, 전체 취업자 기준)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근무방식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신규 채용 인건비(1인당 최대 월 80만 원, 2년)와 기존 재직자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분(1인당 최대 월 40만 원, 2년)을 지원한다. 개별 기업에 맞는 교대제 개편 및 유연근로제도 활용을 위해 일터 혁신 컨설팅도 운영 중이다. 하반기에는 지방노동관서별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구성해 300인 미만 기업에 각종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근무체계 개편도 지원할 예정이다.
주52시간제 시행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더 생산적이고 즐겁게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영화 ‘기생충’이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주52시간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주52시간을 준수했기” 때문이 아닐까?
정부는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업도 주52시간제에 적극적 동참과 조기 정착을 위한 지혜를 모아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