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억 원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려 수차례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종공업 박정규 총괄사장이 제기한 항소가 기각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박형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상습 도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총괄사장이 형이 무겁다며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횡령과 배임한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고 정신건강과 관련한 진료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피고인이 회사의 자금을 수차례에 걸쳐 횡령하고 상습적으로 도박했다”며 “피해 금액이나 도박의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총괄사장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대주주 겸 실질적 운영자로 있던 세정에서 회계담당 직원에게 지시해 허위 회계처리로 돈을 빼돌렸다. 또 대주주인 다른 회사를 통해 허위 대출을 하고, 지인의 회사를 통해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해 총 174억 원 규모의 돈을 횡령했다.
또 박 총괄사장은 자신이 보유하던 세종공업 주식을 세정이 당일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매매가와 시가와의 차액인 11억여 원을 취득하고, 세정에 손해를 입혀 배임 혐의가 포함됐다.
이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 됐다. 국내에 체류하면서도 사설 화상 도박장을 출입하면서 ‘전화 베팅’을 이용해 도박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박정규 총괄사장은 창업주인 박세종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박세종 명예회장은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처남으로, 정세영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를 이끌던 1976년 세종공업을 창업해 중견 자동차 부품회사로 키워냈다.
박 총괄사장은 구속 이후 경영일선에서 배제됐으며, 올해 1월 세종공업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