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퀄컴과 인텔, 자일링스 등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조용히 로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과 자일링스의 임원은 지난 5월 말 미국 상무부와 화웨이 장비 대체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화웨이 제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4명의 소식통은 퀄컴 역시 상무부를 압박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퀄컴과 인텔, 자일링스 등 기업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서버에 들어가는 화웨이 장비는 일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부품을 사용하며, 5G 네트워크 장비와 같은 보안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화웨이는 놓칠 수 없는 큰 고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가 사들인 반도체 부품 700억 달러어치 중 110억 달러가 퀄컴,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들 제품이었다.
미국반도체공업협회(SIA)의 지미 굿리치 글로벌 정책 담당 부회장은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는 기술의 경우 (정부) 명령의 범위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의 제재 조치 이후 가장 먼저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던 구글 역시 ‘화웨이 로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 이사회의 리앙 후아 의장은 이달 초 로이터에 “구글이 계속해서 화웨이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무부는 “일상적으로 기업들이 제기하는 규제 관련 요구사항에 대응한다”며 기업들과의 이같은 대화가 “법 집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퀄컴과 인텔, 자일링스는 로이터의 취재에 응답하지 않았다.
반면 화웨이는 아직까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로비 활동을 벌이지는 않고 있다. 앤드류 윌리엄슨 화웨이 대외홍보담당 부사장은 “누구에게도 미국 제재 관련 로비를 하지 않았다”며 “화웨이가 그들(미국 반도체 기업)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 반도체 업계는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그들에게 ‘재앙적’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 역시 미국 상무부에 서한을 보내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