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과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하락 하룻만에 상승반전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긴장감에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확산하며 위안화가 상승한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이 총재는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까지도 그가 언급했던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말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위안화 상승과 이 총재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오늘 저녁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간담회가 환율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다음주 미국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말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 회담이 열리는 만큼 이를 대기하는 모드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원·달러는 당분간 1180원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00엔당 원화환율도 5.04원 오른 1091.51원을 기록했다. 2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던 4일(1096.0원) 이래 119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분위기다.
역외환율은 이틀째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77.8/1178.2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1.15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가 시종일관 상승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긴장상태로 돌아서면서 리스크오프 모드속에서 위안화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하를 암시한 발언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오늘 저녁 드라기 총재의 연설이 있다. 부양책이나 완화적 스탠스를 보이는 등 비둘기파적 언급을 한다해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유로화가 오르고 달러화가 내릴 수 있겠다. 원화도 그 영향권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 발언으로 금리인하 기대가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장중 특별한 재료는 없었지만 위안화가 오르면서 원·달러도 이에 연동했다”며 “다음주 FOMC가 있고, 이달말 G20 회의를 기다리는 흐름이라 방향성을 잡긴 어려울 것 같다. 원·달러는 당분간 1180원 부근에서 등락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26엔(0.24%) 떨어진 108.31엔을, 유로·달러는 0.0022달러(0.19%) 오른 1.1336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84위안(0.12%) 상승한 6.9327위안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