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변인은 2012년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등을 거친 8년차 정치인이다. 대변인으로서 남다른 논평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간 정치 논평이 고루하고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에서다. 김 대변인은 “뭔가 훈계하려고 하는 데다 너무 길고 따분했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쉬우면서 시원하게 느낄 만한 논평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논평은 상대적으로 간결한 게 특징이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2월 한 여당 의원의 비서가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요구하며 분신을 시도한 남성을 ‘통구이’라고 비하해 논란이 됐을 당시 논평이다. 구구절절한 비판을 늘어놓는 대신 맹자(孟子)의 글귀 한 토막을 넣었지만 글의 전달력은 훨씬 높았다.
널리 알려진 시구(詩句)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를 살짝 바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판하고, 탈당한 이언주 의원을 겨냥해 고(故) 황금찬 시인의 시 ‘꽃의 말’을 인용한 논평이 대표적이다. 1월에는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학재 의원을 향해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를 변용했다.
김 대변인의 글이 처음부터 도드라졌던 것은 아니다. 자신이 쓴 글을 따로 모아 매일 되짚어보고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참고하며 ‘글쓰기 훈련’을 한 덕에 어느 정도의 내공이 쌓였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발언자료와 논평을 포함해 지금까지 450편 정도 썼다”며 “처음과 비교하면 당원의 응원이나 언론의 반응이 많아졌고 논평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이 전화를 걸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정치글의 성격상 반작용도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판할 때는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할 때는 ‘한국당 2중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논평이 인용된 기사 댓글에는 ‘김정화 밤길 조심하라’는 식의 고전적인 협박도 있다. 김 대변인은 “비판은 ‘시원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당 대변인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간 써낸 논평을 묶어 하반기 중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대변인으로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으니 정치인으로서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김 대변인은 “무엇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는 편”이라며 “충분히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친 뒤 국민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