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짐 로저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입력 2019-06-09 17:10 수정 2019-06-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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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나 소망에 바탕을 둔 어떤 예견

“절반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다른 절반에 대해서는 ‘글쎄’라는 의문문과 함께 하는 책.” 투자가로 명성을 얻은 짐 로저스의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는 책 제목만큼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책이다. ‘짐 로저스의 어떤 예견’이란 부제처럼 오랫동안 투자가로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갖고 있는 투자처로서의 세계를 전망한 책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대단히 논쟁적인 예견을 싣고 있다. “봐, 한국이 잘나갈 것 같잖아”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근거가 의심스러운 확실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책이다. 주의 깊게 읽어야 하지만 그렇게 읽을 독자가 많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일본의 앞날은 대단히 어둡게 본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돈을 찍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으로 나라 경제가 오래갈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지폐를 마구 찍어내 봤자 소용없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정책은 일본과 일본 아이들의 장래만 엉망진창으로 만들 뿐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의 연장으로 한국 문제를 바라볼 수도 있지만 한국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부정적 언급이 없다. 그저 한국은 북한 문제만 잘 해결되면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한국 낙관론의 근거로 평화로운 통일을 가정한다. “북한이 개방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구축되면 전 세계로부터 많은 자금이 한국에 흘러 들어올 것이다.” 개방이 곧바로 체제 붕괴로 연결될 수 있는 특별한 독재자가 어떤 식으로 평화 통일을 가져올 수 있을까? 폭압적인 정권에서 개방은 곧바로 저항을 뜻한다. 그런 저항을 이겨낼 자신이 없는 독재자가 어떻게 개혁개방을 할 수 있을까?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한국인들에게 그의 희망적인 메시지는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논리적 구성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그냥 “이렇게 될지어다”라는 예언이 주를 이룬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는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세계를 전반적으로 두루두루 내다보는 면에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의 앞날을 내다볼 때는 그 나라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 올바른 예견이 가능하다.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김정은이 몰고 온 새로운 바람과 원래부터 가진 근면한 국민성을 한국의 경영 능력과 자본에 대한 노하우와 잘 뒤섞으면 굉장히 자극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바람이나 소망을 갖고 살아가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바람이나 소망에 바탕을 두고 앞을 전망하고 예견할 순 없지 않은가!

어떤 사람이 외신을 읽고 일 년에 몇 번 정도 방문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를 알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머리를 잘 써서 강경 자세를 취하면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이 원하기만 하면 푸틴과 시진핑이 얼마든지 도와줄 것이다.” 이런 대목을 읽다 보면 “이 양반이 무당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라는 탄식이 나온다.

나이를 먹고 돈이 두둑해지고 명성을 얻게 되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뭔가 예견 비슷한 것을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평생 돈을 좇아온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에 모든 것이 꽂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제3의 관찰자 눈에는 돈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협소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예견을 읽노라면 ‘돈에 초점을 맞춘 뛰어난 투자가일 뿐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패권의 충돌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안목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저명한’이란 수식어가 붙은 인물의 책이기에 한국 사회에 미칠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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