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2020년도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안)’은 미래 대비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확충하고 경제 활력 제고와 행복한 삶 구현을 위한 R&D 투자시스템 고도화를 기본방향으로 정하였으며, 9개의 중점 투자방향에 연구자 중심 창의·도전 기초연구 투자 확대를 첫 번째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역량 확보를 위한 창의·도전적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를 강조하고 2019년 예산 1.71조 원에서 2022년 2.52조 원으로 대폭 확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자유공모형 사업 확대와 기초연구 안전망을 구축하는 올해 투자방향에서 내년에는 부처 간 역할 분담·연계 보완 등을 통해 투자 포토폴리오에 기반한 전략적 투자를 지원하도록 기초연구 예산 투자 방향을 정하고 있어 예산 확대에 따른 연구 현장의 자율성 부여와 연구자의 책임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연구자들의 지속적 요구에 의하여 시행되는 기초연구 예산의 확대는 연구자로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정부 예산의 투자는 단계별 효율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장기적이고 일관된 연구에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정부에서 고민하여 발표한 ‘2020년도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안)’에 투자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전략적 투자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연구장비 공동활용시설 활성화 등을 통한 대학의 기초연구 기반과 역량 강화도 기초연구에 대한 중점 투자 방향에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기초과학 연구역량 강화 사업을 한 사례로 들 수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연구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연구 확대를 통한 효율적 성과 창출에 필요한 몇 가지 견해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수행 주체의 역할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민간이 주로 수행하는 연구를 기초, 응용, 개발연구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연구자의 경우 실질적으로 기초, 응용 및 개발 연구를 거의 유사한 비중으로 수행하고 있다. 주로 대학에 지원되는 기초연구비가 2배 확대되는 경우, 연구비 지원 예산이 한정되어 있음을 고려해 보면 응용과 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에의 연구비 지원이 필연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응용, 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 연구자들의 연구 지속성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둘째, 대학의 교수들이 모두 기초연구를 수행할 것인가? 대학에서는 교육과 연구가 모두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이를 지향하는 교원에게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나 중복 투자 등을 고려한 정부 예산 투자의 효율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셋째, 대학 교원들의 기초연구비 수혜 비율이 50% 정도로 2배 확대되는 경우 연구 수행을 위한 석·박사의 과잉 배출이 우려된다. 고급 일자리 창출과의 미스매칭으로 인하여 고학력 비정규직이 양산되지는 않을까? 통계에 의하면, 현재 일자리가 본인의 학위와 관련성이 75% 이상인 경우가 1983~87년 졸업생은 81.8%이었지만 2008~12년 졸업생은 39.3%로 급감한 사실(박기범 외 2014년 보고서)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끝으로 최근 자자체 등을 중심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산업혁신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는데 자칫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창의·도전적 개인 연구와 함께 투자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목적성 기초연구의 수행이 응용, 개발연구로 이어져 산업혁신을 선도하는 기초연구 수행의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