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고조로 많은 기업이 미국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그러나 불법 이민 대책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 위협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이런 피난처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멕시코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6월 10일부터 5%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10월 1일까지 이를 점진적으로 25%까지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NYT는 단기적으로 대멕시코 관세는 아보카도에서 폭스바겐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미국 수입업자에는 더 낮은 이윤을, 소비자에게는 더 높은 가격을 의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연결된 경제권인 북미 대륙에서 공급망 재검토를 강요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이 붕괴하면 미국 경제가 멕시코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3450억 달러(약 411조 원) 이상을 수입했으며 265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양국 경제의 상호의존성은 이런 표면적인 수치보다 더욱 크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멕시코로부터 원유를 들여와 이를 정제하고 나서 휘발유로 판매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제조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품을 이전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수출의 약 30%가 미국에서 유래했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의 페테 구아라이아 파트너는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여러 면에서 중국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하다”며 “관세 충격을 완화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수익성이 높은 실버라도와 시에라 픽업트럭 등 중요한 차종을 생산하는 멕시코 공장 3곳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3대 자동차 업체 중 GM과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은 북미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포드는 10%를 멕시코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외국 자동차업체들은 멕시코 의존도가 더 크다. 예를 들어 독일 폭스바겐은 미국시장용으로 멕시코에서 골프와 제타를 생산하며 닛산은 북미 생산량의 절반을 멕시코가 차지한다.
멕시코 관세폭탄 불안에 전날 증시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시가총액이 170억 달러 증발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 주가를 종합한 블룸버그 ‘세계자동차생산업체지수’는 전날 최대 2.2% 급락한 끝에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의 미우라 세이이치 애널리스트는 “관세는 미국 자동차 판매가의 인상을 뜻한다”며 “각 업체가 받는 타격이 다를 것이지만 기업들 모두 멕시코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