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30일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위 신임 공익위원 8명도 위촉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고용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국민적 수용도가 높고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을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기한은 8월 5일이다.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이 의결돼야 한다. 시간은 촉박한데 심의과정의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최소한 동결 내지 인하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부 측도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시급 1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작년 16.4% 오른 시급 7530원, 올해 10.9% 인상된 8350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만 원 공약’으로 2년 동안 29.1%나 급등했다. 그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취약계층 일자리가 감소해 고용참사가 빚어졌고, 임금부담을 견디지 못해 한계상황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잇따랐다. 소득분배 구조의 악화로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주로 취약계층이 종사하는 업종의 경영이 악화하고 고용도 감소했다는 현장조사 결과를 최근 내놓고 실패를 인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도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경제와 고용시장에 큰 부담을 준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저임금이 2년간 30%나 오르면 어떤 경제도 감당할 수 없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인 3~4%보다 낮게 하라”고 권고했다.
최저임금은 사실상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심의과정에서 늘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고,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이들의 책무가 가장 크다. 이번에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들은 비교적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물들로 평가된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가라앉고 있는 경제 현실, 시장의 수용성, 생산성 등을 반영한 공익위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인하까지는 어렵더라도 동결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노동계도 무리한 인상요구를 접어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9일 “또다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반복된다면,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분노와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동결을 요구했다. 취약업종에 한해 한시적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다른 업종은 물가상승률 범위 내에서 인상하는 등 차등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으로 경제와 고용에 충격을 키워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