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바라카 원전 운영관리시스템(OEM) 소프트웨어 입찰에서 담합한 소프트웨어 업체 인터크라프트와 넷컴솔루션에 대해 지난 3월 각각 과징금 5000만 원과 2500만 원을 부과키로 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2009년 수주 계약을 체결한 바라카 원전은 한국 최초의 수출 원전으로, OEM은 보일러, 터빈 등 원전의 기계 장비를 감시하는 핵심 설비다.
공정위와 한국수력원자력 조사에 따르면 두 회사는 입찰을 앞두고 수시로 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크라프트 측에서 입찰가를 적은 메일을 넷컴솔루션에 보내면 넷컴솔루션에서 그대로 입찰서를 써내는 식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두 회사는 계약을 7차례나 유찰시켰고 8번째 입찰에서 인터크라프트가 약 23억 원을 써내 계약을 수주했다. 이 과정에서 납기일은 늦어졌고 입찰금은 올라갔다. ‘들러리’ 역할을 한 넷컴솔루션측은 회사 간 친분 때문에 담합에 가담했다고 주장한다.
두 회사의 담합은 계약 검토 과정에서 항상 인터크라프트 측이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한수원이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양자 대결로 치러지는 입찰에선 수 싸움 과정에서 양측의 입찰가가 엇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담합 판정을 내림에 따라 한수원은 두 회사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향후 입찰 자격도 최대 2년간 박탈하기로 했다.
바라카 원전 시설 입찰을 둘러싼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원전 비파괴 검사(구조물을 훼손하지 않고 결함, 균열 등을 검출하는 검사) 입찰가를 담합한 기업 6곳이 공정위에 적발돼 과징금 61억50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전문가들은 입찰 담합을 근절하지 못하면 한국 원전의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고 추가 수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스템공학과 교수는 “납품 담합은 원전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외국에 지은 원전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원전 산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