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황 대표가 5·18 기념식에 오는 건 얻어맞으려고 오는 것이고, 이 모든 작태는 인구가 많은 영남의 지역 감정을 다시 한번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아무리 영남이라 하더라도, 5·18 망언을 망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극히 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영남 주민들 대부분도 5·18 망언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고, 영남 주민 대다수는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이해할 것이기에, 이를 모를 리 없는 황 대표가 굳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려 광주에 내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 대표가 광주에 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황 대표는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정치를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국당에 입당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인사에 대한 징계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다. 이런 열악한 당내 입지를 타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년 총선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되지 못하거나, 혹은 지금 의석수 정도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모든 비난의 화살은 황 대표에게 쏟아질 것이고, 가뜩이나 취약한 당내 기반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 대표 입장에선, 총선 승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는 중도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을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도층에 어필하기 위해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바로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었을 수 있다. 중도층의 경우 5·18 망언에 결코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황 대표는 자신이 결심만 하면 행동할 수 있는 광주행을 선택해 중도층에 어필하려는 전략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당내 세력이 약한 황 대표가 이렇듯 여론에 직접 다가가는 전략은 당의 장외투쟁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당이 장외로 나가기 전, 대부분의 당내 인사들은 장외투쟁에 회의적이었다고 하다. 그런데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밀어붙여 한국당은 장외로 나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황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는, 당내 세력이 약해 운신의 폭이 좁은 현실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론에 직접 다가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적 추론이 이번 황 대표의 광주행에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지금 당장은 성난 광주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중도층을 포함한 호남 정서가 황 대표에게 반드시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욕을 먹더라도, 물세례를 받더라도, 일단 5·18 기념식에 참석하고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주 시민을 이해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황 대표의 행보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여권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권이 황 대표의 광주행에 자극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장기적인 여파를 걱정하는 데서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황 대표의 행보는 정치 초년생치고는 상당한 용단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